“설레는 올림픽 은반, 막바지 몸관리 집중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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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정 동아일보 피겨 해설위원의 조언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최다빈(왼쪽)과 김하늘. 동아일보DB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최다빈(왼쪽)과 김하늘. 동아일보DB
벌써 8년 전 일이지만 열여섯 살에 참가했던 올림픽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가 열린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콜리시엄. 피겨 선수에게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프로그램 음악이 흘러나오기 직전이다. 모두가 숨죽인 고요한 경기장에 있으면 세상과 분리된 느낌이 든다. 스스로 ‘준비는 다 돼 있어! 빨리 내 연기를 관중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수차례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 남녀 싱글에 한국 대표로 나서는 차준환(17·남자 싱글)과 최다빈(18) 김하늘(16·이상 여자 싱글)도 그때의 나와 비슷한 나이에 올림픽을 경험하게 된 선수들이다. 국내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기 때문에 긴장감은 더 클 것이다. 외국 팬보다 나에 대해 잘 아는 국내 팬들, 내게 쏟아지는 많은 사람의 기대….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올림픽 준비가 힘들었던 만큼 스스로도 많이 성장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음악에 몸을 맡겼으면 한다.

반짝이는 의상과 미소를 잃지 않는 얼굴. 화려해 보이는 피겨 선수지만 무대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내 경우엔 경기 전 밥 대신 죽을 먹었다. 조금이라도 가벼운 몸을 만들어야 점프를 거뜬히 해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사소한 징크스와도 싸워가며 무대를 준비한다. 올림픽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 대부분의 선수는 훈련 시간은 줄이지만 그 시간 동안 수행해야 하는 점프 등을 늘린다. 하지만 높아진 연습 강도만큼 부상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몸 관리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차준환은 어린아이일 때부터 성장을 지켜본 선수다. 국내 남자 선수층이 얇은 가운데 차준환은 주니어 시절 높은 국제 경쟁력을 보여줬다.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는 그가 귀국할 때마다 키가 부쩍 커 놀랄 때가 많았다. 다양한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장착한 선수들과의 올림픽 경쟁은 쉽지 않다. 하지만 대역전극으로 올림픽행을 확정한 국가대표 3차 선발전처럼 실수를 줄이고 4회전 살코(기본점수 10.5점) 등의 성공률을 높인다면 톱10을 기록하는 기적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남자 싱글은 ‘4회전 점프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1위 하뉴 유즈루(일본)와 6위 네이선 천(미국)의 대결이 흥미롭다. 하뉴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을 합쳐 5개의 4회전 점프를, 천은 7개를 뛴다. 4회전 점프는 고득점에 유리한 만큼 둘 중 누가 실수를 줄이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본다.

여자 싱글은 ‘최강’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세계 1위)와 ‘신성’ 알리나 자기토바(세계 5위)를 앞세운 러시아의 강세가 예상된다. 두 선수의 개인 최고점은 각각 241.31점(역대 1위), 238.24점(역대 2위)으로 압도적인 실력을 가졌다. 케이틀린 오즈먼드(캐나다·세계 2위)와 일본 선수들은 동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최다빈(세계 18위)이 자신의 강점인 안정적인 연기를 살려 경쟁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곽민정 피겨 코치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2018 평창 겨울올림픽#차준환#최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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