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색 전기 스포츠카 화성 궤도를 달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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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엑스, 초대형 로켓 ‘팰컨헤비’ 7일 발사

“아주 멋진 로켓 발사 장면, 혹은 최고의 불꽃놀이가 될 장면을 보기 위해 전 세계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미국의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야심작 ‘팰컨헤비’ 발사를 하루 앞둔 5일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CNN에 이같이 말했다. 로켓 발사 장소인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스페이스센터 주변 호텔과 주차장은 우주 비행 역사의 한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6일 오후 1시 30분(한국 시간 7일 오전 3시 30분) 발사 예정인 높이 약 70m, 무게 1420t의 초대형 중량 화물 발사로켓 팰컨헤비는 ‘인류를 화성에 보내겠다’는 머스크의 꿈이 담긴 야심작이다.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발사가 하루 연기될 수도 있다. 팰컨헤비는 196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달 착륙선 아폴로 11호를 쏴 올렸던 로켓 새턴5(높이 110m, 무게 2800t) 이후 최대 크기다. 스페이스엑스는 “팰컨헤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이라고 설명했다.

2단 로켓 팰컨헤비는 1단에 스페이스엑스가 개발한 재사용 로켓 팰컨9 3개를 묶어 총 27개의 엔진으로 발사 순간 2300t 이상의 추력을 얻는다. 이는 여객기인 보잉747기 18대가 동시에 내는 힘과 맞먹는다. 추력이 높을수록 로켓은 더 많은 짐을 싣고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다. 팰컨헤비는 지구 저궤도(지상에서 고도 2000km까지의 인공위성 궤도)까지 약 63.8t, 화성까지 16.8t, 명왕성까지 3.5t의 짐을 싣고 갈 수 있다.

첫 발사에 팰컨헤비가 싣게 되는 화물은 꽤 낭만적이다. 데이비드 보위의 히트곡 ‘스페이스 오디티(Space Oddity·우주의 기이)’가 흘러나오는 머스크 소유의 미드나이트체리색 전기 스포츠카 ‘2008 로드스터’다. 발사가 성공하면 3개의 카메라가 설치된 로드스터는 화성 궤도를 따라 돌게 된다. 차량의 운전석에는 보위의 또 다른 노래 제목이기도 한 ‘스타맨’이란 이름의 마네킹이 탑승한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보통 새 로켓의 첫 시험발사 때는 콘크리트나 철 덩어리를 화물로 싣는데 그건 매우 지루해 보였다. 지루한 건 끔찍하기 때문에 우리는 색다른 물건을 보내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팰컨헤비의 강점은 저렴한 가격에 많은 짐을 우주로 실어 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사람을 실어 나르지는 못해도 우주 개척지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자재를 빠르게 나르게 된다. 팰컨헤비를 한 번 쏴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9000만 달러(약 980억 원)다. 크기는 팰컨헤비와 비슷하지만 화물 적재량은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 로켓 델타4의 1회 발사 비용은 4억 달러가 넘었다.

팰컨헤비의 발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비결은 로켓 재활용에 있다. 팰컨헤비 1단 추진 로켓 3개 중 2개는 발사 후 케네디스페이스센터로 되돌아오고, 나머지 1개는 바다에 떠 있는 자율운항 무인선박 위에 착륙해 다시 쓰일 계획이다. 넥스젠 스페이스의 찰스 밀러 회장은 “만약 1억 달러 이하로 중량화물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되면 모든 게 바뀔 것”이라고 2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더버지에 말하기도 했다.

화성을 향한 머스크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까지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선언한 머스크는 5일 기자회견에서 “팰컨헤비 발사 후엔 화성에 사람들을 수송하기 위한 차세대 우주선 ‘BFR(Big Falcon Rocket)’를 개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스페이스엑스#로켓#팰컨헤비#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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