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세금 쏟아붓고도 적자… 국가 정책의 두 얼굴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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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사기/우석훈 지음/383쪽·1만5500원·김영사

“예비타당성 결과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의 정책은 각종 포장을 통해 객관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수십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측됐던 민간투자 고속도로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서울 지하철 9호선은 어떤가.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승객들이 매일 밀어닥치면서 ‘지옥철’이 된 지 오래다.

‘국가의 사기’는 이처럼 국가가 주도하는 정책의 이면을 들춰 본다. 2000년대 후반 ‘88만 원 세대’로 신드롬을 일으켰던 경제학자인 저자는 부동산부터 주식 교육 원전 자원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가 수십조 원씩 쏟아부었던 각종 정책을 해부했다.

특히 피부에 와 닿는 대목은 국민들이 매일 마주하는 일상과 관련한 정책들이다. 대표적인 사례인 ‘버스 준공영제’를 살펴보자. 이 제도는 환승과 노선 변경에 따른 버스회사의 손실을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메워 주는 방식이다. 해마다 보조금은 눈덩이처럼 커져 가고 있지만, 정작 버스 운수 종사자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대부분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버스 회사 소유주들만 이득을 가져갔다.

이 밖에도 정부 예산 ‘빼먹기’ 전쟁터가 된 연구개발(R&D) 관련 정책과 원주민을 내쫓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일으킨 도시재생 정책 등을 낱낱이 검증했다.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내실은 엉망이었던 정책은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다. 국가의 정책을 꼼꼼히 따져 보는 눈을 가진다면 외피와는 전혀 다른 속살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은 똑똑한 시민이 되도록 견인해 주는 좋은 안내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국가의 사기#우석훈#국가의 정책#젠트리피케이션#도시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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