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갑질 못참아” 매물 셧다운 나선 중개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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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協, 네이버와 갈등 증폭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동부지부가 최근 지역 내 회원 중개업소에 돌린 전단. ‘대형 포털과 금융권의 침해로부터 생존권을 지켜내자’며 1월 31일자로 매물 광고를 중단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동부지부가 최근 지역 내 회원 중개업소에 돌린 전단. ‘대형 포털과 금융권의 침해로부터 생존권을 지켜내자’며 1월 31일자로 매물 광고를 중단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셧다운(shut-down) 2018.1.31.’

최근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울동부지부가 중개업소에 돌린 전단에 쓰인 글귀다. 네이버 등 포털사이트와 부동산 애플리케이션에 올리는 매물 광고를 전면 중단하자는 것이다. 이 지부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전국적으로 매물 셧다운을 하기로 했으며 ‘디데이(D-day)’가 오늘(31일)”이라고 했다.

대형 포털과 공인중개사업계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중개사협회는 포털이 중개업소 간 출혈경쟁을 유도해 업계의 공멸을 초래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 포털과 중개업소가 갈등을 빚기 시작한 건 2013년부터다. 네이버가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중개업소로부터 직접 광고수수료를 받은 게 원인이 됐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자 네이버는 부동산114 등 부동산 정보업체(CP)에 올라온 매물 정보를 단순 취합해 공유하는 ‘오픈 플랫폼’ 형식으로 서비스를 개편했다.

하지만 고액 광고비 논란은 여전하다. 경기 성남시 G공인 대표는 “검색 때 앞쪽에 노출되는 ‘현장 매물’의 경우 수수료가 최대 1만8000원인데, 우리가 올린 매물이 뒤로 밀리는 걸 막기 위해 매일 수십 개 광고를 새로 올려야 한다. 20개만 올린다고 해도 매달 1000만 원 넘게 광고비로 쓰게 된다”고 말했다. 강현 공인중개사협회 정보망사업부장은 “네이버가 광고 단가에 따라 노출 순서를 조정하기 때문에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 측은 “수수료 대부분은 CP 몫이고 네이버는 서버 유지비 수준에서 건당 500원을 받는 게 전부”라고 해명했다.

네이버가 중개 시장을 장악한 데 대한 중개업계의 불안감도 크다. 특히 네이버가 지난해 11월 허위 매물을 줄이겠다며 도입한 ‘우수활동 중개사’ 제도는 협회가 이번 셧다운 운동을 계획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강 부장은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중개업소 등급을 매겨 노출 빈도를 결정하겠다고 나서면서 더 이상 이들에게 휘둘릴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12일 중개사협회 소속 전국 지회장 244명이 모여 그동안 개별 지회 차원에서 진행하던 광고 게재 중단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로 결의했다.

개별 중개업소의 참여도는 그리 높지 않다. 경기 고양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네이버 없이는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데다 다른 업소가 광고를 내리지 않으면 그리로 손님이 다 몰릴 것이란 불안감 때문에 쉽게 매물을 거둬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네이버에 맞서 광고 수수료를 받지 않는 ‘한방’이라는 앱을 내놓았지만 인지도가 떨어지고 이용이 불편해 외면을 받고 있다.

중개업계가 이런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과거 관행에 머물러 있다 보니 경쟁에 뒤처졌다는 것이다. 중개 수수료를 담합하거나 허위 매물을 올리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31일 “허위 매물을 올리는 중개업소를 처벌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같은 갈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중개 앱이 늘어난 데다 KB국민은행 같은 금융회사까지 중개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는 중개사협회 관계자들이 중개 수수료를 할인해주는 스타트업의 영업을 방해하는 등 갈등이 커지고 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셧다운#공인중개사#네이버#갑질#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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