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찰은 성적 괴롭힘에 미개한 조직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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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부장검사, 내부 통신망에 글

서울중앙지검 정유미 공판3부 부장검사(46·사법연수원 30기)는 31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후배 여성 검사님들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45·33기)의 성추행 피해 사건과 관련해 후배 여성 검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였다.

정 부장검사는 A4용지 2장 분량의 글에서 “(2001년) 저를 포함해 여검사 세 명이 초임지로 발령받은 광주지검이 발칵 뒤집혔다고 하더군요. ‘한 청에 여검사를 세 명이나 보내면 일을 하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면서요”라고 17년 전을 회상했다. 이어 “지금 동기 여검사들이 모여 옛날얘기를 하다 보면 때론 화도 나고 슬프기도 하지만, 그래도 참 어려운 시기를 잘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는 “여전히 부당한 성적 괴롭힘은 암암리에 존재할 것”이라며 “다만 이 말씀은 드리고 싶다. 우리는 더 이상 조직 내의 성적 괴롭힘 문제에서 미개한 조직이 아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가해자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고 했다. 또 “18년 동안 조직은 많이 바뀌었다”며 “혹시라도 후배님들이 ‘참아라’, ‘너만 다친다’ 하는 반응이 우리 조직 내의 일반적인 반응인 것으로 오해해 혼자만 힘들어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고 썼다. 이어 “‘잘나가는 선배 발목을 잡을 셈이냐’, ‘그래봤자 너만 다친다’는 등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인다면 저라도 멱살잡고 싸워 주겠다”고 했다.

정 부장검사는 글 말미에 “그러나 피해를 당했으니 서울로 발령 내 달라, 대검 보내 달라, 법무부 보내 달라 등의 요구를 하신다면 도와드릴 수 없다”고 썼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정유미#검찰#성추행#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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