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勞, 기구 명칭서 ‘노사정’ 제외 요구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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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6자, 8년 2개월만에 만나 대화기구 개편 논의

8년 2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 노사정 6자 대표들이 31일 노동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 시계 방향으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박태주 노사정위 상임위원,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8년 2개월 만에 한자리에 모인 노사정 6자 대표들이 31일 노동 현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 시계 방향으로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박태주 노사정위 상임위원,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정부와 경영계, 노조의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정(勞使政)’이라는 단어가 빠질 것으로 보인다.

노사정 6자 대표는 대화기구 개편과 대화 재개를 위해 31일 서울 종로구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8년 2개월 만에 만났다. 노동계에 따르면 양대 노총은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 논의가 본격화하면 명칭에서 ‘노사정’을 빼자고 요구할 방침이다. ‘노사정’이라는 단어로는 청년, 비정규직, 소상공인 등 다양한 계층을 포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경제사회발전위원회’처럼 포괄적인 명칭으로 다듬어서 대표성을 더 넓히자는 취지다.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공약에서 노사정위의 대표성을 넓힌 다음 노동 문제뿐만 아니라 복지, 경제 문제까지 다루는 ‘한국형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우리는 노사 합의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노사가 합의만 한다면 명칭 변경은 물론이고 모든 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노사정 6자 대표 회의는 노사 양측의 확연한 시각차를 확인했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국회가 2월 근로시간 단축안 처리를 강행하고, 정부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려 한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국회와 정부가 대화에 찬물을 끼얹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계 요구대로 휴일수당을 일당의 150%(노조는 200% 주장)로 설정하고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면 대화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도 같은 뜻을 밝히면서 “촛불혁명이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양극화 차별 해소와 노동 3권의 보장,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이런 바람에 역행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은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을 취업시키는 게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제일 크다”며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도 청년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지면 해소할 수 있다. 일단은 일자리 창출에 집중하자”고 제안했다. 노동 현안보다는 일자리 창출이 시급하다는 취지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과거에 대화를 해보면 보람도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많았다”며 “기업들을 대변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겁게 짓누른다”고 말했다.

6자 대표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양극화 해소 △노동 3권 보장 △4차 산업혁명 및 저출산·고령화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선정하고, 노사정위 개편을 위한 실무협의 채널을 가동하기로 합의했다. 다음 회의는 2월 중 열릴 예정이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노사정#노동#노사#문재인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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