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문턱 낮춰 황제株서 국민株로… 삼성전자 주식 50대1 액면분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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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삼성전자 주가는 주당 250만 원을 훌쩍 넘기면서 일반 투자자들은 쉽게 사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2015년 이후 배당 강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황제주로 불리는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보유한 기관투자가와 50% 넘는 외국인 주주들만 좋은 일 시킨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31일 주식 액면분할을 발표한 것은 황제주에 대한 불만 여론을 희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측은 “액면분할을 하면 더 많은 사람이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고 올해부터 대폭 늘어나는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4조 원, 지난해 5조8000억 원에 이어 올해부터 2020년까지 매년 9조6000억 원을 배당금으로 쓰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로 황제주가 국민주로 거듭나는 셈이다.


정부도 삼성전자에 꾸준히 액면분할을 제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거래소는 2015년 1월 당시 주가가 100만 원을 넘었던 아모레퍼시픽과 삼성전자, 롯데제과 등에 대해 액면분할을 유도해 왔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로부터 두 달 뒤 10 대 1로 주식을 액면분할하기로 했다.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로 몸집을 줄이자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비중이 2배로 높아졌다. 주당 액면가를 5000원에서 500원으로 분할해 재상장한 직후 총 거래대금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57.5%로 액면분할 이전의 29.8%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삼성전자의 주식 액면분할 소식에 주가는 요동쳤다. 장 초반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에 8% 이상 급등하며 270만70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0.20% 오른 249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액면분할은 기업 기초체력과 무관하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삼성전자는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반짝 올랐다가 다시 매도세로 돌아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과거 액면분할 사례에서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KB증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667건의 액면분할을 분석한 결과 주가는 공시일에 3.78% 상승하지만 평균적으로 두 달여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주주친화 정책이 다시 부각되면서 향후 주가에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주 배당 확대부터 액면분할까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일관된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이는 향후 실적에 대한 자신감으로 받아들여져 주가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날은 ‘반짝 효과’에 그쳤지만 가격 부담이 사라지면서 일반 투자자들의 접근도 쉬워졌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더 많은 소액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할 기회를 갖게 되면서 증시에 유동성을 늘려주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 65조9800억 원, 영업이익 15조1500억 원을 올렸다고 이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사상 최대다. 지난해 전체로는 매출 239조5800억 원과 영업이익 53조6500억 원을 달성해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50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4분기에는 원화 강세로 6600억 원을 손해 보고도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김지현 jhk85@donga.com·박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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