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회초리 맞은 정책혼선… “컨트롤타워부터 분명히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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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문재인 정부 지지율

《“지지율이 계속 고공행진을 할 것이라고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하락 추세는 예상보다 급격한 측면이 있다.” 새해 들어 완연한 하락세로 돌아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에 대해 31일 청와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 속에서 높은 지지율에 기댔던 청와대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것. 문 대통령이 전날 취임 후 처음으로 장차관 워크숍을 개최한 것도 지지율 하락의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히는 정책 혼선을 막고 공직 사회를 다잡겠다는 취지다.》

○ 청와대도 “정책 혼선과 단일팀 논란이 하락 요인”


지난해 70%를 웃돌았던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새해 들어 60%대로 내려갔고, 리얼미터의 지난달 25일 조사에서는 취임 이후 처음으로 50%대를 기록했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에선 집권 2년 차를 맞은 올해 초가 지지율의 변곡점이 되고 있는 데 주목하고 있다. 이는 집권 2년 차를 맞아 ‘적폐청산’ 대신 ‘삶의 질’을 내걸고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시점과 일치한다.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결정으로 취임 후 줄곧 강조한 ‘한반도 운전석론’의 기틀을 마련한 때이기도 하다. 출범 후 탄핵 정국의 혼란을 걷어내고 공약에 따라 ‘미래 비전’으로 국정의 무게 추를 옮기자마자 지지율이 크게 흔들린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난해 적폐 청산의 기조에서 올해 ‘내 삶을 바꾸는 정책’ 기조로 돌아선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이후가 문제였다”며 “각종 정책들이 불쑥불쑥 터져 나온 것이 악재가 됐다”고 말했다.

방과 후 영어 교육 금지 번복,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혼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혼란, 서울 강남 부동산 폭등 등이 대표적이다. 모두 휘발성이 큰 이슈들로 전 계층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청와대가 의욕적으로 추진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도 거센 역풍을 불렀다. 운동권 출신의 한 청와대 인사는 “너무 쉽게 접근한 것은 아닌지 모든 청와대 참모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정책 혼선과 평창 논란을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는다. 그러면서도 이 두 문제가 해결된다면 반등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몇 가지 정책 혼선이 공교롭게도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줬던 것이 사실”이라며 “평창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집행한다면 지지율 추세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 ‘공직사회 혁신’ 이번에는 성공할까

관건은 정책을 수행할 공직사회가 문 대통령의 뜻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하느냐다. 문 대통령은 장차관 워크숍에서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데, 공직사회는 과거에 해왔던 방식을 바꾸는 것을 두려워한다”며 변화를 주문했다. 청와대는 2월 말 예정된 부처 혁신 종합대책 발표를 통해 집권 2년 차의 정책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청와대는 공무원들의 ‘기 살리기’도 고민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태, 적폐 청산 등으로 공직사회가 위축된 것이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도 장차관 워크숍에서 특정 부처를 질타하지 않고 “여러분들은 문재인 정부라는 한 배를 탄 공동 운명체다”라며 “그동안 안팎의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헌신해준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드린다”고 격려했다.

하지만 ‘공직 혁신’만 기대해선 정책 혼선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권마다 반복돼온 레퍼토리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컨트롤타워를 확실히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당위성에 매달려 정책이 미칠 파급력에 대한 고민도 없었고, 컨트롤타워도 보이지 않는다”며 “국무총리든 정책실장이든 누군가가 앞장서 정책을 총괄하고 대선 공약 사항이라도 ‘아직은 아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책 역량 강화를 위해 청와대 직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권 내부에서 계속 나온다. 건강보험, 교육, 평창 올림픽, 부동산, 탈(脫)원전 등 정부 핵심 이슈가 몰려 있는 사회수석비서관실의 분화가 대표적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여기에 경제보좌관,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등 경제 관련 업무가 중첩된다는 의견도 있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문재인 정부#지지율#정책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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