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안 오는데도 안 알아봤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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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31일에서야 美에 설명 요청
외교가 “부임 지연 파악 못했다면 한미 공조에 큰 구멍 뚫린 것”

청와대는 31일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의 주한 미국대사 내정 철회 결정이 뒤늦게 알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주재국 정상의 ‘아그레망(임명동의)’을 받은 대사 내정자가 지명 철회된 게 극히 이례적인 데다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가 예상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이 재확인됐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이날 공식적으로는 “타국 대사의 지명 철회 여부를 청와대에서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교부 역시 “미 정부가 확인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정부는 이날 미국 측에 지명 철회 경위에 대한 설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우리로선 황당하지만 일단 설명부터 들어야 우리 입장을 정리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안팎에선 한 달여 전에 결정된 차 석좌의 내정 철회를 정부가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미국이 한국에 아그레망을 요청한 것은 지난해 12월 초. 정부는 주한 미국대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를 신속히 승인했다. 그러나 이후 한 달이 넘도록 대사가 부임하지 않은 만큼 이미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이를 통보받지 못했다면 북핵을 놓고 어느 때보다 굳건해야 할 한미 공조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했는데, 만일 이를 몰랐다면 그야말로 ‘코리아 패싱’이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청와대#빅터 차#한미#주한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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