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 객실 계약률 41%… “빈방 아직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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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D-8]올림픽 직관족을 위한 숙박시설

“잠잘 곳이 없을 수 있다는 말이 들려서…. 아직 온라인 입장권 예매 시스템 장바구니에 담은 관람권을 결제하지 못하고 있네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을 관람하고 싶은 이경원 씨(32)의 말이다. 올림픽 개최지인 강원 평창, 강릉, 정선 지역의 숙소 부족 문제는 평창 겨울올림픽을 둘러싼 논란거리 중 하나였다. 여기에 방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는 말도 들려왔다. 이 때문에 ‘직관’(경기장을 찾아 직접 관람하는 것)을 꿈꾸는 사람들의 속을 태웠다.

하지만 이 씨의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 숙박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던 강원 지역은 숙소 부족 문제가 아닌 숙소 공실(空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31일 본보가 강원도를 통해 파악한 평창 올림픽 기간 중 숙박업소 계약 현황(1월 26일 기준)에 따르면 올림픽 개최지 및 인근 강원 지역의 총 업소 계약률은 23%에 불과하다. 업소 계약률은 강원 지역(10개 시군)에 위치한 숙박업소 총 3838개 중 올림픽 기간에 1건 이상 숙박 계약을 체결한 업소(896개)를 뜻한다. 총 객실 수 6만5222실 중 계약이 완료된 객실은 2만6778실로 계약률은 41%에 불과하다. 강원도 관계자는 “올림픽을 현장에서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아직도 얼마든지 방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숙소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손정호 대한숙박업중앙회 강릉시지부장은 “요즘 강릉 지역 모텔 주인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방을 구한다’는 전화조차 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릉의 관광호텔과 콘도 등은 계약률 100%를 달성했지만 모텔을 포함한 일반 호텔, 여관 등의 객실 계약률은 57%를 기록 중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관광호텔과 콘도는 올림픽 관계자 등을 위해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측에서 계약을 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일반 관람객이 이용하는 모텔 등은 계약률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KTX 개통 등으로 인해 숙박을 하지 않고 ‘당일치기’ 관람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 계약률이 저조한 원인 중 하나다. 입장권 예매자 중 숙박을 계약한 사람의 비율은 60∼70%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강릉에서는 한국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강릉아이스아레나)과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의 경기(관동하키센터) 등이 열린다. 이 때문에 올림픽이 시작되면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이 강릉을 찾을 가능성이 있다.

강릉 A모텔의 주인은 “경기장에서 가까운 모텔 등은 각국 선수단 관계자나 응원단이 대량으로 계약해 방이 없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 멀어질수록 방이 많이 남아 있고 최근에는 올림픽을 겨냥해 새로 지은 펜션도 많기 때문에 전체적인 숙소는 늘어난 상태다”라고 말했다.

평창과 정선의 모텔 계약률 상황도 강릉과 비슷하다. 평창 지역의 전체 객실 계약률은 62%다. 평창 관광호텔과 콘도의 객실 계약률은 95%지만 모텔은 40%에 불과하다. 알파인스키 스피드 종목만 열리는 정선은 모텔 객실 계약률이 16%에 불과하다. 오영환 대한숙박업중앙회 평창군지부장은 “일부 모텔과 펜션은 올림픽 기간에 많은 돈을 받고 방을 내주기 위해 지금은 방이 없다고 거짓말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 펜션들은 일찌감치 외국 선수단 관계자들이 방을 계약했기 때문에 방이 없는 것이다”라면서 “공실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해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면담도 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올림픽 개최지 숙박시설 중 관광호텔과 콘도의 계약률은 높다. 그러나 모텔이나 여관, 펜션 등의 계약률은 낮다. 눈높이를 낮춰 모텔에서 머무는 방식을 택하는 관람객은 얼마든지 방을 구할 수 있는 상태다.

관광호텔을 이용하려고 하는 관람객들에게도 아직은 기회가 있다. 이들은 올림픽 개최지 인근 도시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강원도에 따르면 동해(관광호텔 및 콘도 객실 계약률 71%), 속초(58%), 삼척(53%) 등 올림픽 개최지 인근 지역의 관광호텔 객실은 아직 여유가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원도에서 자체적으로 무료 셔틀버스를 운영해 속초 등 주변 지역에 머무는 관광객을 올림픽 개최지로 수송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고급 호텔을 이용할 계획이 있는 관광객이라면 평창, 강릉, 정선 외 지역의 호텔을 숙소로 잡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척과 고성 등은 모텔 객실 계약률이 1월 26일 기준으로 0%다.

올림픽 개최 지역의 숙소가 공실 사태를 겪는 원인 중 하나는 ‘바가지요금 논란’ 때문이다. 지난해 7월경 강릉과 평창 지역 모텔과 펜션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1박 요금 문제로 한바탕 소란스러웠다. 당시 일부 업소는 “1박에 50만∼60만 원을 받고 계약을 할 계획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각 지역 숙박업소들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 덕분에 현재는 가격이 많이 낮아진 상태다. 과거 방값을 높게 받았던 때부터 가격이 떨어진 최근까지 모텔 계약 요금 평균은 강릉 지역의 경우 21만4000원, 평창은 14만5000원이다. 강원도 관계자는 “현재 평창과 강릉 지역의 방값은 더 저렴해졌다. 최근에는 1박에 5만 원짜리 숙소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평창올림픽#강원#객실#숙박#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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