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스러운 아이의 마음속 아픔, 내 모습이죠”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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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작가 황선미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출간

“동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이야기”라고 말한 황선미 작가. 그는 “독서 문화가 좀 더 활성화되면서 동화의 저변도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동화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이야기”라고 말한 황선미 작가. 그는 “독서 문화가 좀 더 활성화되면서 동화의 저변도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철이 일찍 들어 웃자라는 아이들이 있다. 예의 바르고 조숙하다고 어른들에게 칭찬받기도 하지만 이 동화작가의 눈에 그 모습은 어딘지 계속 마음이 쓰였던 모양이다. 맏언니로 동생들 어리광을 받아주고 청소에 저녁까지 엄마 노릇, ‘살림 밑천 노릇’을 했던 그의 어린 시절이 겹쳤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을 쓴 동화작가 황선미 씨(55)가 낸 신작 ‘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스콜라)는 이렇게 주변 환경 때문에 일찍부터 어른스럽게 자란 한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 조부모 아래서 자라는 아이는 평범한 또래들이 부모에게서 받는 것을 누리지 못하지만 의연함으로 견뎌 내려 애쓴다. 작가는 소년의 주변에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고 의지할 만한 여러 관계가 이미 촘촘히 엮여 있음을 조금씩 드러내 준다.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에서 지난달 26일 만난 황 작가는 “사회가 빠르게 변하며 가족의 형태도 많이 달라지고 있고 그 관계에서 생기는 결핍,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며 “현재 관계를 맺고 있는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소중한지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썼다”고 말했다.

이 책은 가정, 학교, 또래집단 등 어린이들이 맺는 관계의 문제를 고찰한 5편의 연작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친구 관계를 다룬 ‘건방진 장루이와 68일’ 이후 두 번째 책이다. 앞으로 세 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이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되는 신기한 교접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작가는 동화가 아이들만 읽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로 아이들이 맺는 관계의 대부분은 조부모, 부모, 교사, 지역공동체의 연장자인 어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작가처럼 어린 시절의 우리가 투영된 이야기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골방에 웅크린 주변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야 할 수도 있다. 결국 동화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좋은 친구는 나중에 사귀어도 되니 지금은 공부하라고 말하는 어른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지금 주변 사람들과 어울리고 감사함을 느끼며 자라는 게 정말 잘 크는 것 아닐까요.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두 생각해봤으면 해요.”

작가는 지난해 가을부터 이달 중순까지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스웨덴에서 겨울을 보냈다. ‘마당을 나온 암탉’ ‘푸른 개 장발’ 등이 번역 출간돼 스웨덴의 거의 모든 서점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책은 어린이 책이 아니라 소설 코너에 소개돼 있었다.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그는 외국처럼 동화의 저변이 넓어질 필요가 있다는 바람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은 출판 시장의 전반적인 침체로, 동화 시장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 및 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한국의 신생아 수는 40만6200명으로 전년보다 7.3% 줄었다. 저출산은 도서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예스24에서는 청소년 분야 도서 판매가 14% 감소했다.

황 작가는 “국내에서 동화는 독자층이 한정돼 있는 데다 저출산, 입시 위주 교육, 스마트 기기 증가로 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 안타깝다”며 “다양한 연령대에서 동화를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책이 마련돼 좋은 작가가 많이 배출되고 다시 독자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마당을 나온 암탉#작가 황선미#할머니와 수상한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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