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에 양보하는 실수 더는 없다”… ‘평창 이후’ 벼르는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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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연두 국정연설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의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며 그런 일이 없도록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실 안주와 양보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며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핵 위협의 본질을 잔혹한 북한 정권에서 찾으며 북한에 억류됐다가 송환 엿새 만에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씨와 목발에 의지해 북한을 탈출한 꽃제비 출신 탈북자 지성호 씨를 사례로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북한의 인권 탄압 실상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향후 추진할 대북정책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압박 기조를 최고로 끌어올려 초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대북 메시지로 읽힌다.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 이래 미국의 대북정책이 미국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 ‘실수’라고 단언하며 적당한 타협은 결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대 압박으로 북한의 숨통을 바짝 죄어 비핵화 테이블에 나올 수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며, 무모한 도발을 차단하기 위해선 군사적 옵션도 선택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해빙 무드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자세는 더욱 강경해졌다. 주한 미국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가 낙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군사옵션에 이견을 나타낸 때문이라고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차 석좌는 ‘매파적 관여정책’ 같은 강력한 대북 압박을 주창해온 인물이다. 그런 강경파마저 북한에 제한적 타격을 가하는 ‘코피 터뜨리기(bloody nose)’ 작전에 이견을 보였다고 해서 배제됐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심중엔 과연 어떤 대북 조치가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자세는 최근 북한의 태도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특히 북한이 대남 평화 공세를 펴면서도 남측에 ‘비핵화’는 입도 벙긋 못하게 하고, 평창 올림픽 개막 전날엔 장거리 미사일 수십 기를 앞세워 열병식을 벌일 것이라는 소식은 그의 대북 혐오감을 더욱 키웠을 것이 분명하다.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북한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한반도 정세는 또다시 일촉즉발의 전쟁위기설에 휩싸일 공산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어제 남북 공동 훈련을 위해 우리 스키 선수들을 태운 전세기의 방북 비행 일정은 이륙 2시간 전에야 확정됐다. ‘북한을 다녀온 항공기는 180일간 미국에 들어올 수 없다’는 미국 대북제재의 예외 인정 문제를 두고 한미 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막판에야 미국이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지만 제멋대로 합의도 취소해 버리는 북한과 달리 어떻게든 남북 이벤트를 성사시키려는 우리 정부의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평창 이후 북-미가 대결로 치달을 경우 우리나라가 설 자리가 어디일지 새삼 의문을 갖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트럼프의 강경 자세#남북 공동 훈련#평창 이후 북-미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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