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업은 돌아오지 않고, 제조업 가동은 외환위기 후 최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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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12월 및 연간 산업활동 동향’에서 지난해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의 67.6% 이후 가장 낮은 71.9%에 머물렀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란 국내 사업장들이 만들 수 있는 최대 생산량에 비해 실제 생산이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생산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향후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는 의미다. 서비스업 분야의 숙박·음식점업 매출도 전년보다 2.9% 줄었다. 2000년 이후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낸 후 최대 폭의 감소세다.

해외로 나간 기업을 돌아오게 하는 ‘유턴 정책’도 유명무실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4곳으로 2016년(12곳)보다 오히려 8곳이 줄었다. 반면 미국에서는 2010년부터 7년 동안 2232개의 해외 공장이 돌아와 34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일본도 2015년에만 700개 넘는 기업이 복귀했다.

현장의 이런 흐름과 달리 주가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경제성장률도 3%대에 이르면서 국민소득 3만 달러 달성도 눈앞이다. 현장 분위기와 거시경제 지표가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분히 지난해 반도체 수출의 영향 때문이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57% 넘게 증가해 한국 총 수출액의 17%를 차지했다. 주식시장을 이끄는 종목 역시 반도체 수출로 역대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자다. 반도체의 ‘나 홀로 호황’으로 한국 경제 전체가 잘나가는 듯한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정부는 현 경제 상황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 1995년에도 반도체 수출 비중이 14%를 넘어서면서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다음 해 한국의 주력 품목이던 D램 가격이 폭락하자 달러 보유액이 빠르게 줄면서 외환위기의 불씨가 됐다. 1998년 당시 강만수 재정경제원 차관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반도체 특수에 취해 외환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빨리 간파하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정부는 이제라도 반도체 착시 뒤에 숨은 위기신호를 감지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장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결국 과감한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를 통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가 늘면 그 과실은 국민에게 돌아간다.
#성장전략#노동시장 개혁#유턴정책#반도체 특수에 취해 외환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빨리 간파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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