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41>‘황당 맞춤법’을 쓰는 용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인터넷에서 ‘황당 맞춤법’이나 ‘맞춤법 파괴 사례’를 검색해 보자. 신기한 예들을 발견할 수 있다.

실력이 ‘일치얼짱’하는 삶

경악할 일이다. ‘일치얼짱’이라니. 이런 식의 말들이 우리말을 파괴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흥분할 수도 있다. 그러지 말자. 이 말은 우리말로 인정받은 말이 아니다. 인정받지도 못한 몇몇 신기한 말들로 무너지는 그렇게 나약한 것일 리가 없다. 이런 말들에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먼저 ‘일치얼짱’이라는 말을 중요한 논의거리로 삼지 않아야 한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 말을 써 본 일이 있는가? 거의 없다. 이 말을 써 본 적이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조차 중요 문서에 이런 말을 쓰지 않는다. 이런 단어들이 우리말에서 본질적인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태도다.

그럼 이런 단어들은 왜 만들어져 쓰일까? 우리는 주로 문자메시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런 말들을 발견한다. 처음에는 실수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다. 재미있다고 생각해서 다른 이에게 전달했을 수도 있다. 주목할 것이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다. 그 의도는 ‘재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이런 말을 보면 한바탕 크게 웃고 그냥 무시해야 한다.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 하면 안 되니까.

이러한 태도로 접근해야 이상한 말이 더 이상 퍼지지 않는다. 어떤 말이 퍼지는 힘은 그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흥분하는 일은 말의 확산 속도를 빠르게 할 뿐이다. 예상치 않은 교육적 효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혹시 이 말의 원래 말인 ‘일취월장’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면 얼른 그 단어를 확인해야 한다. 개그 덕분에 한자성어 하나를 공부하게 되니 좋은 일이다.

일취월장을 제대로 배우는 일은 ‘일치얼짱’에 흥분하는 일보다 생산적이다. 다른 한자성어를 배우는 데 도움을 주는 일이기도 하다. 단어의 구성을 보자. ‘일(日)’과 ‘월(月)’이 짝을 이루고 ‘취(就)’와 ‘장(將)’이 짝을 이룬다. ‘일월’이 묶여 시간적 배경을, ‘취’와 ‘장’이 묶여 ‘발전한다’는 의미를 강화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함’이라는 의미가 이런 구조로 표현된 것이다. 단어가 어떤 구조를 가졌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단어의 의미 이해에 도움을 준다. 다른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의미다. 비슷한 구조를 가진 한자성어로 확인해 보자.

동분서주(東奔西走), 사통팔달(四通八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


이 단어들은 ‘일취월장’과 구성 원리가 같다. ‘일치얼짱’이라는 신기한 말 속에 있는 개그도 즐기고, ‘일취월장’이라는 한자성어도 확인하고, 한자성어의 구조도 배웠으니 나쁘지 않은 일이다. 물론 이 셋 중에서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고 유용한 것은 세 번째다. 하나의 원리를 알아 아주 많은 다른 단어에 적용할 수 있는 힘. 이것이 우리말을 이해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황당 맞춤법#일치얼짱#일취월장#우리말을 이해하는 방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