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늘게 뜨는 우리 아이, 혹시 약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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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前에 치료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전문의 “1, 3, 6세에 검사 받으세요”

한 어린이가 안과에서 시력 검사를 받고 있다. 약시는 4세 이전에 치료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8세를 넘기면 정상 수준을 되찾기 어렵다. 건양대 김안과병원 제공
한 어린이가 안과에서 시력 검사를 받고 있다. 약시는 4세 이전에 치료하면 시력을 회복할 수 있지만 8세를 넘기면 정상 수준을 되찾기 어렵다. 건양대 김안과병원 제공
호주오픈 4강에서 부상 투혼을 펼친 정현(22·한국체대)이 테니스를 시작한 계기는 ‘약시’다. 6세 때 약시 진단을 받고 “책을 읽기보단 야외 활동을 하며 초록색을 많이 보는 게 좋다”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라켓을 잡았다고 한다. 약시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안과 전문의들에게 물었다.

약시는 눈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안경을 써도 시력이 낮은 상태다. 태어난 직후 아이는 큰 물체만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가 생후 3, 4개월엔 어른과 눈을 맞출 수 있게 되고 5, 6세에는 시력이 1.0 이상 된다. 이때 안경을 써도 시력이 0.8 미만이거나 두 눈의 시력 차이가 크면 약시를 의심해야 한다.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선 흔하다. 한 해 2만여 명이 약시 탓에 병의원을 찾는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시나 굴절 부등(짝눈) 때문에 한쪽 눈만 사용해 다른 쪽의 시력이 더 나빠지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근시나 원시, 난시가 심한데도 안경을 쓰지 않아 굴절 이상이 심해지는 사례도 있다. 백내장이나 각막 혼탁, 눈꺼풀 처짐 등 수술이 필요한 질환 때문에 약시가 발생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제때 치료받지 않으면 3차원 입체 감각과 거리 감각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고 책 읽기의 정확성과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공부할 때 집중력도 낮아진다. 성인이 돼 라식이나 라섹 등 시력교정술을 받아도 약시는 치료할 수 없다.

조기에 알아채 병의원에 데려가는 게 중요하다. 아이가 TV를 보거나 책을 읽을 때 목을 빼고 눈을 가늘게 뜨는 게 가장 흔한 신호다. 부모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거나 고개를 유난히 자주 갸우뚱거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럴 땐 안과에 들러 시력을 측정하는 게 좋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4세 이전에 치료한 아이의 95%는 정상 시력을 되찾았다. 반면 8세가 넘어서 치료하면 정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23% 정도에 불과했다.

근시 등 굴절 이상이 원인이라면 일찍부터 안경을 사용한다. 한쪽 눈에만 약시가 있다면 정상인 쪽을 일정 기간 가리거나 약물을 넣는다. 약시가 있는 눈을 자주 쓰게 해 시력 발달을 유도하는 것이다. 드물지만 소아 백내장이나 눈꺼풀 처짐이라면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의들은 ‘1·3·6 검사’를 권한다. 만 1세, 3세, 6세 때 안과에서 사시와 약시 검사를 받는 것이다. 읽기 능력을 갖추기 전에도 굴절 이상이나 사시는 검사로 걸러낼 수 있다.
 
도움말=하석규(고려대 구로병원)·김응수 교수(건양대 김안과병원)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약시#정현#시력#조기진단#1·3·6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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