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核이 앞당긴 ‘운명의 날 시계’ 지구 종말 2분 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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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전쟁 등으로 인한 지구 종말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 바늘이 자정 2분 전으로 전년보다 30초 앞당겨졌다. 1947년 첫 설정(오후 11시 53분) 이후 ‘인류 최후의 순간’을 뜻하는 자정에 가장 근접한 것이다. 소련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1953년과 같은 시각이다. 평창 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등으로 한반도에 비둘기가 나는 것 같지만 세계는 냉정한 시각으로 북핵 문제의 폭발성을 보고 있다는 의미다.

시계를 운영하는 미국 핵과학자회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이 핵 위협과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며 “세계의 핵 상황을 ‘심각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그 위험성과 임박성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 역시 ‘다음 전쟁’이라는 제목의 커버스토리에서 “시급한 위험은 올해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전쟁”이라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내일의 미국 도시에 대한 핵공격보다 오늘의 한반도 전쟁을 감수하는 것이 낫다고 결론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핵 야욕을 전혀 굽히지 않고 있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 전날인 다음 달 8일 평양에서 벌어질 열병식에 대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위협적인 열병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만약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란 듯이 공개한다면 국제사회는 올림픽 정신의 훼손이자 도전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올림픽 이후로 연기하는 데 동의한 미국 측의 대화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조 장관은 “(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25일까지 북-미 대화가 시작될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김정은의 도박으로 어느 순간 ‘운명의 날 시계’가 자정으로 치닫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냉철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운명의 날 시계#doomsday clock#미국 핵과학자회보#트럼프#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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