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음주자 차량 시동잠금장치… 자전거 음주운전도 처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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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 3대 프로젝트]교통-소방안전 규정 대폭강화

1975년 3800명이던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인구 및 차량 증가와 함께 계속 늘었다. 1991년에는 한 해 동안 1만3429명이 교통사고로 숨졌다. 이후에는 제도 개선과 캠페인 덕분에 감소했다. 2012년 5392명으로 소폭 증가한 후 2016년까지 매년 300명가량 줄었다. 그러나 사망자 감소세는 지난해 제동이 걸렸다.

23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17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4191명(잠정)이다. 당초 정부가 목표로 한 사망자 3000명대 진입은 물거품이 됐다. 가장 큰 원인은 보행자다. 전체 사망자의 40%가 골목길과 횡단보도를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정부의 교통 대책이 차량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뀐 가장 큰 이유다.

동아일보도 ‘시동 꺼! 반칙운전’과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 등 2013년부터 이어온 캠페인을 통해 교통 정책 기조 전환을 강조했다.

○ 보행은 안전하게, 운전은 까다롭게

이날 정부가 발표한 교통안전 종합대책과 관계부처 업무보고는 보행자 안전 확보에 초점이 맞춰졌다. 눈에 띄는 건 횡단보도 통과 규정이다. 신호등이 없는 좁은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널 때 상당수 보행자는 차량이 먼저 지나길 기다린다. 보행자가 먼저 횡단보도에 들어섰는데도 먼저 지나는 운전자도 많다. 운전자의 잘못이 크지만 규정도 문제다. 지금은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건너고 있을 때’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보행자가 건너려고 할 때’도 반드시 멈춰야 한다. 이제 운전자들은 횡단보도 앞에서 보행자와 ‘빨리 가기’ 경쟁을 해선 안 된다.

호주 시드니 왓슨스베이의 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차량들이 정지선을 침범하지 않고 정차해 있다. 정부의 교통안전 종합대책에 따라 모든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멈추고, 보행자의 통행 여부를 살핀 후 지나가야 한다. 시드니=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호주 시드니 왓슨스베이의 한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동안 차량들이 정지선을 침범하지 않고 정차해 있다. 정부의 교통안전 종합대책에 따라 모든 차량은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멈추고, 보행자의 통행 여부를 살핀 후 지나가야 한다. 시드니=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그동안 된다, 안 된다 논란이 많았던 우회전 규정도 명확해졌다. 앞으로 우회전할 때 횡단보도 앞에서 반드시 일시정지 후 보행자를 살펴 서행해야 한다. 지금은 일시정지 규정이 없어 차량들이 거리낌 없이 파란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지난다.

경찰의 ‘5030’ 정책도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도심 내 차량 제한속도를 시속 50km, 이면도로는 30km 이하로 낮추는 것이다. 이미 서울과 세종시 등에서 시범 운영돼 교통사고 감소 효과가 확인됐다. 정부는 올해 안에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개정한 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살인 행위’로 비난받던 음주운전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운전면허 정지 처분 대상이 현재 혈중 알코올 농도 0.05%에서 0.03%로 강화된다. 보통 성인 남성이 술 두세 잔 마셨을 때 0.05%다. 0.03%는 한두 잔 음주 때 나오는 수치다. 상습 음주운전자 차량에는 시동잠금장치 부착도 가능해진다. 운전하기 전 술을 마신 걸로 측정되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장치다. 택시운전사 ‘원 스트라이크 아웃’도 도입된다. 음주운전이 단 한 번만 적발돼도 즉시 택시운전 자격이 취소되는 제도다.

일본 도쿄 롯폰기의 한 교차로에 택시 정차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있다. 정부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에서 교차로, 횡단보도 등에 주정차해 사고 위험을 높이는 차량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도쿄=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일본 도쿄 롯폰기의 한 교차로에 택시 정차 금지 표지판이 설치돼있다. 정부는 교통안전 종합대책에서 교차로, 횡단보도 등에 주정차해 사고 위험을 높이는 차량에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도쿄=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악성 불법 주정차’ 범칙금이 현행 4만 원에서 2배로 높아진다. 아예 차량을 옮기지 못하도록 바퀴 잠금장치까지 부착한다. 어린이·노인 보호구역에서의 사고는 가중 처벌한다. 교통법규 위반 때 소득에 따라 범칙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부는 1981년 만들어진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교특법)의 축소 또는 폐지도 공론화하기로 했다. 교특법은 신호 위반과 무면허 운전 등 12대 중과실을 제외한 교통사고의 가해 운전자가 종합보험에 가입한 경우 처벌하지 않는 것이다. 교통사고 가해자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한다는 논란을 빚었다.

통학차량 사고를 막기 위해 운전사 자격제가 올해 안에 도입된다. 차량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도 빠른 시일 내 확정하기로 했다. 법적 조항이 없어 단속 근거가 없었던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 규정도 이르면 내년 마련된다.

각 기관이 추진하는 교통 정책은 국무총리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중요한 건 입법 여부다. 김상옥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보행자 중심의 교통 정책은 세계적 추세이다.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관련 법안에 대한 국회의 입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재해·재난 대응속도 빨라진다

비상시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 운용된다. 2월 평창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2020년까지 단일무선망이 개통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소방, 해경 등 관련 기관이 하나의 무선망으로 정보를 공유한다. 1조7025억 원이 투입된다. 롱텀에볼루션(LTE) 기반의 디지털 통신망이다. 전국 어디서든 빠른 통신이 가능해진다.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이 전하는 동영상을 지자체와 경찰도 볼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신고 접수 때 경찰과 소방, 해경이 정보를 공유하는 시간이 현재 8초에서 1초로 단축된다. 지난해 11월 경북 포항 지진과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 때 안전성 논란이 된 필로티 건축물에 대해서는 안전기준과 내진 능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서울 도심에서 경찰이 심야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서울 도심에서 경찰이 심야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 DB
이낙연 국무총리는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기 위한 유인과 제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안전 관련 제도와 정책을 현실에 맞게 정비하고 기반 마련과 개인의 안전의식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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