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러, 독재 모델 원한다”… 新냉전 예고한 美 국방전략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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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19일 발표한 ‘2018 국가방위전략’에서 “미국 안보의 주된 관심은 이제 테러리즘이 아니라 국가 간의 전략적 경쟁”이라며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의 최대 도전이라고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다른 나라들의 경제·외교·안보 결정에 대한 비토권을 장악함으로써 세계를 자신들의 ‘독재적 모델’과 부합하는 곳으로 만들어 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중국에 대해 “군 현대화, 막강한 군사훈련, 포식자적 경제를 통해 지역 질서를 중국의 이익에 맞게 재형성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년간 미 국방전략의 최대 초점은 대(對)테러리즘이었으나 이제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 억제에 중점을 두는 ‘신(新)냉전’ 상황이 된 것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연례보고서에서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미국이 지원한 것은 실수였으며, 이후 중국은 시장경제로부터 더 멀어지고 있다”며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런궈창(任國强)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미국이 중국의 군사 위협을 과장했으며 냉전적 색채로 가득 차 있다”고 반박했다.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깔려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북핵 문제 등 주요 이슈에 대응해온 행태를 보면 과연 두 나라가 지구촌 질서에 막대한 영향력을 지닌 ‘주요 주주(stakeholder)’의 위치에 합당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회의감이 드는 대목이 많다. 중국과 러시아는 그동안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한 계산으로 북핵 저지에 미온적으로 임했으며, 북한 정권을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시각으로 대해 왔다. 중국의 대북제재 공조는 최근 개선됐지만 러시아에서 구멍이 새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한국이 지난 수개월간 겪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는 미 국방부가 중국을 지칭한 ‘독재적 모델’이라는 표현이 그리 과장된 게 아님을 보여준다.

동서 냉전이 끝난 지 거의 30년이 돼가는 시점에 열강의 경쟁이 가열되는 것은 안타까운 역사의 퇴행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우리는 이미 북핵, 사드 갈등 등을 통해 미중의 첨예한 이해충돌 속에서 몸살을 앓았다. 중요한 것은 열강 간의 대립 구도가 더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외교의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다. 진보진영에서 내심 버리지 못하고 있는 미중 균형자론, 중립지대론 등의 발상은 더더욱 발붙이기 힘든 외교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2018 국가방위전략#국가 간 전략적 경쟁#미국 우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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