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시대의 혼란이 낳은 바로크 예술의 화려함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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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바로크적인/한명식 지음/396쪽·1만8000원·연암서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대표적인 바로크풍 그림이다. 연암서가 제공
요하네스 페르메이르가 그린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대표적인 바로크풍 그림이다. 연암서가 제공
바로크(Baroque)는 16세기 말부터 17세기까지 유럽 예술계에서 유행했던 양식이다. ‘비뚤어진 모양을 한 기묘한 진주’를 뜻하는 포르투갈어 ‘바로코(Barroco)’에서 유래했다.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우연과 자유분방함, 기괴한 양상을 강조한다. 16세기 이전 유럽을 풍미했던 고전주의 르네상스가 질서와 균형, 조화와 논리성을 중시한 것과는 대비된다.

바로크 양식 예술 작품을 보면 화려함과 우아함이 눈에 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중세를 막 벗어난 근대인들의 극심한 혼란과 우울함이 담겨 있다. 르네상스라는 극단적인 세계관의 변화, 새로움과 인식의 모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같은 과학적 발견으로 우주의 중심에서 밀려난 짙은 고독은 시대의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바로크 예술이 지적, 사회적 혼란을 예술로 대변하려는 의지로 들끓었던 시대적 사건들을 가로질렀다고 분석했다. 근대의 시작과 세계관 변화, 종교의 분열은 보편적인 정신의 근간을 바꿨다는 것이다. 특히 유일신 체계에 바탕을 둔 기독교의 분열은 통일과 조화를 이상으로 삼는 단일성 구조를 뒤엎었다고 봤다. 또 바로크 예술에서 나타나는 겉과 속이 다른 이중성, 실체에 대한 의문과 불안, 겉모습과 참 존재라는 모호한 갈등 구조는 시대적 혼란이 시각화된 산물이라고 해석했다.

바로크의 역동성, 오묘함, 장대함, 혼란, 모호함은 고뇌와 모순으로부터 싹튼 문화적 현상체로 볼 수 있다. 그처럼 뒤틀린 틈 속에서 싹튼 바로크가 오늘날의 문화적 다양성을 꽃피워냈다는 게 저자의 평가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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