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93% 지지… 콘크리트 보수, 누구냐 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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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전체 유권자의 22%’ 정통 보수주의자-美우선 보수주의자 해부

20일로 취임 1년을 맞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집권 첫해는 억지주장으로 시작해 인종차별적 언사로 마무리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이는 항공사진이라는 명백한 증거에도 “역사상 최다 청중 기록을 세운 취임식”이라고 주류 언론에 강변하며 백악관 테이프를 끊었다. 취임 1년을 코앞에 둔 11일에는 소득 수준이 낮은 중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들을 ‘거지소굴’로 비하했다는 논란을 일으키며 스스로 도마에 올랐다.

1년 내내 조용할 날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의 가벼운 입은 세계의 모범이 되는 ‘언덕 위의 도시’를 짓겠다는, 건국 때부터 수많은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던 이상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미 국민들의 실망감은 여론조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갤럽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해 5월 넷째 주 41%를 기록한 것을 마지막으로 반년이 넘도록 40%를 넘지 못했다. 집권 1년 차 대통령으로는 이례적으로 낮은 지지율이다. 올해 1월 둘째 주 지지율은 38%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6일 미국인의 57%가 집권 1년을 맞은 트럼프 행정부에 C학점 이하를 줬고 F학점 비율도 35%나 됐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기 자신을 ‘매우 안정적인 천재’라고 자평하며 여전히 고무돼 있다. 16일 사상 최초로 장중 26,000을 돌파한 다우지수도 자신의 노력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세제개혁법안을 지난해 말 의회에서 통과시킨 것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 22%만 바라보고 달려온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어 자신을 비판하는 절반 이상의 미 국민은 이미 ‘버린 카드’나 마찬가지다. 그의 관심사는 2020년 대선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에게 표를 던질 특정 계층에 집중돼 있다.

퓨리서치센터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트럼프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는 두 계층으로 ‘정통 보수주의자(정통파)’와 ‘미국 우선 보수주의자(미국우선파)’를 꼽았다. 전체 등록유권자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15%와 7%다. 합쳐서 22%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보고 1년을 달려온 셈이다.

실제로 정통파와 미국우선파의 트럼프 지지율은 각각 93%와 84%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매우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도 각각 80%와 71%에 이른다. 온갖 논란에도 지지율 30% 선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절대 다수가 백인(각각 85%, 83%)인 이 두 부류의 확고한 지지가 있었던 것이다.

퓨리서치센터는 정통파를 ‘작은 정부를 지지하고 사회보장제도에 매우 회의적이며 낮은 세율을 선호하는 집단’으로 정의한다. 최근 가장 큰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민자 수용에 대해서도 다른 공화당 지지 집단에 비해 비교적 긍정적이며 자유무역에 대해서도 호의적이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건설한다고 했을 때 갸우뚱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하고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시사했을 땐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하지만 지난해 말 세제개혁안이 성공적으로 통과되고 다우지수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자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의 보수 성향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는 이들 정통파의 마음을 대변하듯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입안과 결정 과정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며 트럼프 백악관을 ‘투명 백악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미국우선파는 모든 종류의 개방에 회의적이다. 정통파와 비슷하게 작은 정부를 선호하는 전반적인 기조는 있지만 이민자 수용과 미국의 국제적 관여 방침에 매우 비판적이라고 퓨리서치센터는 설명한다. 지나친 개방은 미국의 정체성을 위협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통파와는 다르게 미국우선파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계획에 박수를 보냈고 TPP 탈퇴에 환호성을 질렀다.

○ 트럼프 ‘막말’ 콘크리트에 균열 낼까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구성하는 정통파와 미국우선파는 이처럼 속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대부분 정반대다. 정통파는 미국우선파에 비해 가방 끈도 더 길고 지갑도 더 두둑하다. 정통파의 대학 졸업 비율은 33%로 미국우선파(16%)의 두 배 이상이다. 연 수입이 7만5000달러(약 8000만 원) 이상이라고 답한 비율도 두 배에 가깝다(49% 대 27%).

트럼프 대통령은 성향이 다른 두 집단을 동시에 사로잡기 위해 하루에도 수차례 번갈아가며 당근을 던지고 있다.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총 9개) 중 국경 보안과 관련된 사안을 4회 언급하고 경제 호황을 자찬하는 내용을 2회 언급한 것이 좋은 예다. 전자는 이민자 수용에 회의적인 미국우선파를, 후자는 세제개혁에 고무된 정통파를 향한 메시지인 셈이다.

하지만 정치적 성향과 사회적 배경이 다른 두 집단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끌고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정통파의 41%만이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의 태도(conduct)를 ‘좋아한다’고 답한 반면 51%는 ‘복잡한 감정(mixed feelings)이 든다’고 밝혔다. 낮은 세금고지서를 안겨줘 고맙지만 1년이 지나도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막말 행보는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로서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속내다. 같은 질문에 51%가 ‘좋아한다’고 답하고 39%만이 ‘복잡한 감정’이라고 답한 미국우선파와는 다르다.

트럼프 행정부 초기 대표적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다 최근 측근으로 돌아섰다는 평가를 받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공화)은 트럼프의 ‘거지소굴’ 발언과 관련해 16일 “백악관 직원들이 (트럼프에게) 굉장히 나쁜 조언을 건네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를 놓고 정통파가 트럼프의 태도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실언들에 대한 진보층의 격렬한 반응이 결국 트럼프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결속시킬 거라는 관측도 있다. NYT 칼럼니스트 브룩스는 반(反)트럼프 운동의 ‘섬나라주의’ 편향성이 오히려 자신들(진보세력)의 활동 영역을 축소시켰다고 지적했다. 브룩스는 워싱턴에서 화제 만발인 마이클 울프의 신간 ‘화염과 분노’를 예로 들며 이를 반트럼프주의자들이 품위를 상실한 경우라고 평가했다. 인터넷매체 버즈피드의 찰리 워젤 기자는 “저널리즘의 기본에도 미달한 이 책이 반트럼프주의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그들의 윤리의식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한기재 record@donga.com·정미경·조은아 기자
#트럼프#지지율#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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