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北 아직 신뢰할만한 협상상대 안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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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6·25참전국 밴쿠버 회의
“남북대화, 긴장완화 이어지길” 성명… 대북 해상차단 작전 협력도 합의
틸러슨 “中이 주장하는 쌍중단 반대”… 왕이 “누가 파괴자인지 봐야” 독설

미국 일본 등 20개국이 남북 대화를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동시에 유엔 결의를 넘어선 초강경 대북제재에 동참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남북 대화가 무르익는 시점에 국제사회에선 ‘최대한의 압박’ 기조를 확인하는 목소리가 나온 셈이다.

16일(현지 시간)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와 안정에 관한 외교장관회의’에선 “남북 대화가 긴장 완화로 이어질 것을 희망한다”는 내용의 공동 의장성명을 채택했다. 참가국 장관들은 또 “외교적 해법이 필수적이며 (실현) 가능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밴쿠버 회의에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18개국과 한국, 일본 등 20개국의 장관이 참석했다.

하지만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회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협상의 길을 선택하지 않으면 스스로 (군사) 옵션의 방아쇠를 당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우리의 의지를 이간질시키도록 놔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 문제 해법인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에 대해선 “합법적, 방어적인 군사훈련을 북한의 불법 행동과 동일한 수준에 놓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북-미 대화에 대해서도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 외교장관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아직 스스로 신뢰할 만한 협상 상대임을 증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국 장관들은 대북제재와 관련해 △북한의 밀수 방지를 위한 해상차단 작전 협력 △새로운 위협에 대한 새로운 대북 제재 △중국과 러시아에 제재 이행 촉구 등에 합의했다.

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길 바란다는 장관들의 의지가 확인돼 유익했다”고 평가했다.

강 장관은 환영사에서 “우리는 평창 올림픽을 전후해 대북 관여 노력을 경주하며 비핵화 목표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의 종료 후엔 “제재와 압박은 외교적 수단이지 북한에 벌을 주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재와 대화는 꼭 하나를 골라야 하는 충돌하는 선택지가 아니고 ‘투 트랙’으로 병행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일부 참석자들은 강 장관에게 최근 남북 대화와 관련한 북한의 의도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일부 장관은 ‘한국이 또 북한에 속는 것 아니냐’며 직설적으로 얘기한 걸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한 채 열린 이번 회의에 대해 독설을 날렸다. 왕 부장은 17일(현지 시간) 아프리카 4개국 순방을 마친 뒤 상투메프린시페에서 중국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눈을 크게 뜨고 누가 한반도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추동자인지, 누가 정세를 다시 긴장으로 돌리려는 파괴자가 되려는지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틸러슨#남북#대북제재#쌍중단#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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