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못 끼웠나… 이야기 전개, 설득력 떨어지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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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작품 끌어가는 이야기 축 흔들려
안나 캐릭터 제대로 못살려 아쉬워… 브론스키役 이지훈 연기에 위안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1막 ‘눈보라’ 장면. 젊은 백작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유부녀 안나(옥주현)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뒤로한 채 브론스키를 그리워한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1막 ‘눈보라’ 장면. 젊은 백작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진 유부녀 안나(옥주현)가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뒤로한 채 브론스키를 그리워한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올 상반기 선보일 뮤지컬 가운데 ‘NO.1 기대작’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이 원작인 ‘안나 카레니나’였다.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인 박칼린이 초연 협력연출과 음악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다. 여기에 뮤지컬 여제 옥주현과 정선아가 주인공으로 나섰다. 국내에선 신선한 러시아 프로덕션의 뮤지컬이란 설명은 왠지 사족처럼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나 보다. 막상 뚜껑을 연 뮤지컬은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게 만들었다. 스토리는 첫 단추부터 구멍을 잘못 찾았다. 약혼녀 키티가 있는 남자 주인공 알렉세이 브론스키가 왜 안나 카레니나에게 첫눈에 매료되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질 않았다. 안나 역을 맡은 옥주현이 등장하자 앙상블 배우들은 그저 “예쁘다”만 연발한다. 그러자 브론스키는 그냥 안나를 쫑쫑 뒤따라간다. 아무리 관객들이 원작에 익숙하다 해도 억지스럽고 갑작스럽다. 인물의 감정선은 찾을 길 없다.

2막 역시 왠지 모르게 엉성하다. 브론스키는 키티와 그의 새 애인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마자 안나에 대한 사랑이 확 식어 버린다. 시간 제약에 따른 과정 생략도 이 정도면 ‘책 보고 오세요’ 수준이다. 등장인물 심리를 설명하려 추가했다는 캐릭터 MC는 도대체 왜 필요했던 걸까.

극에 에너지를 불어넣어야 할 춤도 마뜩잖다. 발레의 나라 러시아 작품 아닌가. 앙상블 춤 대다수는 남녀 한 쌍으로 파드되(2인무)를 연상시키는 동작이 많다. 그런데 뭔가 정리가 덜 돼 군무는 따로 논다. 작품을 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두 이야기 축이 흔들려서 그런가, 전체적인 흐름과도 겉돈다.

이렇다 보니 언제나 작품마다 놀라운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던 옥주현의 연기도 아쉽기만 하다. 배우 자체는 물론이고 캐릭터 안나의 매력이 도무지 살아나질 않는다. 여전히 뛰어난 성량과 폭발적인 가창력이야 대단하지만. 그나마 브론스키를 맡은 배우 이지훈이 전작보다 훨씬 안정된 연기와 가창력을 보여줘 시린 상처를 달래 줬다. 2월 2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6만∼14만 원. 02-541-6236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뮤지컬#안나 카레니나#옥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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