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탄생 200주년 맞은 佛작곡가 샤를 구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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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이탈리아 오페라계는 위기감에 빠졌습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의 아이콘인 주세페 베르디가 나이 들어 신작을 뜸하게 내놓는 동안 프랑스를 비롯한 외국 오페라가 인기를 끌면서 오페라 공연 작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이탈리아 오페라 신인을 발굴하고자 ‘오페라 작곡 콩쿠르’가 열렸고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1890년) 같은 야심작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이탈리아 오페라의 다음 제왕 자리는 1893년부터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의 3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자코모 푸치니에게 돌아갔습니다.

그 사이의 공백을 메운 프랑스제 ‘수입’ 오페라들은 무엇이었을까요? 구노의 ‘파우스트’, 마스네의 ‘베르터’ 같은 작품들이었습니다. 마스네보다 한 세대 선배였던 샤를 구노(1818∼1893·사진)는 경건한 가톨릭 신자였고, 오페라 외에 수많은 교회음악도 썼습니다.

그는 한국과도 묘한 인연이 있습니다. 가톨릭 선교단체 ‘파리 외방전도회’의 사제들과 친했던 구노는 이 신부들의 해외 파견을 축복하는 성가를 썼고, 1839년 한국에서 일어난 ‘기해박해’로 프랑스 신부 세 명이 처형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뒤엔 이들의 순교를 기리는 성가를 쓰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이 곡이 구노의 ‘아베마리아’라고 설명하는 글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아베마리아’와 다른 곡입니다.

올해는 1818년 6월 17일 파리에서 태어난 구노의 탄생 200주년입니다. 그의 ‘파우스트’ ‘로미오와 줄리엣’ 등은 국내에서도 종종 공연되는 작품들이지만, 올해에도 무대에 올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향의 ‘2018년 신년음악회’에서는 테너 강요셉이 구노의 ‘로미오와 줄리엣’ 중 ‘아 태양이여, 솟아올라라’를 노래합니다. 3년마다 돌아오는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부문 경연에서 젊은 테너들이 경연곡으로 자주 선택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와 함께, 새롭게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환한 한 해를 거듭 기원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이탈리아 오페라#주세페 베르디#오페라 작곡 콩쿠르#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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