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진 “황정민-예술의전당-셰익스피어… 3가지 소원 이뤘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여진, 6년 만에 연극무대 복귀… ‘리차드 3세’ 여왕 엘리자베스役

김여진은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는 배우다. 그는 “연기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2006, 2007년 미국 뉴욕 HB스튜디오를 찾아가 연기 수업을 받았다”며 “할리우드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 등 유명 배우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여진은 끊임없이 자신을 연마하는 배우다. 그는 “연기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2006, 2007년 미국 뉴욕 HB스튜디오를 찾아가 연기 수업을 받았다”며 “할리우드 배우 매슈 매코너헤이 등 유명 배우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출연 제의를 받자마자 1초도 고민하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제가 꿈꿔왔던 ‘3가지 소원’을 모두 이룰 수 있는 작품이었거든요.”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12일 만난 배우 김여진(44)은 벌써부터 뭔가를 다 이룬 듯한 표정이었다. 6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 그는 다음 달 6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리차드 3세’에서 여왕 엘리자베스 역을 맡았다. 문성근과 안석환 송강호 김윤석 유오성 등 실력파 배우의 산실인 연우무대 출신의 그가 무대에 대해 품었던 소원이란 뭘까.

“첫 번째는 황정민 선배와 연기하는 거였습니다. 1996년 경쟁 극단이던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을 보며 황 선배 연기에 완전히 빠져버렸어요. 그때부터 언젠간 저 배우와 꼭 연기하고 싶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여왕과 왕권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이는 리차드 3세를 황정민이 맡았다는 소식에 너무나 기뻤다고 했다.

“게다가 데뷔 23년 만에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무대에 서게 됐으니 두 번째 소원도 이루게 된 거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건 마지막 세 번째 이유였다. 작품이 다름 아닌 ‘리차드 3세’였기 때문이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요. 셰익스피어잖아요! 워낙 광팬이라 웬만한 작품은 다 찾아서 봅니다. 2004년 예술의전당에서 본 한태숙 연출가의 ‘리처드 3세’는 정말 잊을 수가 없어요.”

러닝 타임 내내 고수민 배우가 연기하는 엘리자베스에게 빙의된 기분이었단다.

“만약 타임머신을 타고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린 나에게 말해줄래요. ‘괜찮아. 언젠간 너도 꿈을 이룰 거야. 그러니 네 맘대로 하렴.’ 하하.”

드라마나 영화로 대중에겐 친숙하지만 김여진은 언제나 스스로를 연극배우라고 생각해왔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시절, 우연히 마주한 극단 봉원패의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그의 인생을 180도 바꿔놓았다. 관객으로 극장을 찾았다가 연극을 본 뒤, 그대로 극단 관계자를 찾아가 입단하고 싶다고 말했다.

“공연 포스터를 붙이며 허드렛일을 하고 무대감독 조수를 자청했죠. 그 와중에 모든 대사를 다 외우며 무작정 배우의 꿈을 꿨어요.”

기회는 우연찮게 찾아왔다. 당시 ‘여자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박상아가 KBS 슈퍼탤런트 대상을 타며 하차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출내기였지만 대사를 모두 외우고 있었던 덕분에 운 좋게 주인공으로 데뷔했답니다.”

1년 뒤 극단 연우무대로 옮긴 그는 3년간 연극 ‘칠수와 만수’ 등 극단 대표작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그러다가 연극 ‘마술피리’를 보러 온 영화감독 임상수의 눈에 띄어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주연까지 맡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김여진은 늘 무대가 고팠다. 6년 전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 출연 땐 만삭으로 무대에 올랐다. 무대 자체가 태교였다는 그는 “공연을 끝내고 일주일 뒤에 출산했다. 원래 연장 공연까지 출연하려 했는데 남편이 극구 말렸다”며 웃었다. 요즘은 각종 사료를 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실존 인물이라 역사 공부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영국에선 ‘3대 마녀’로 꼽힐 정도로 입체적인 사연을 지닌 인물입니다. 황 선배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무대를 기대하셔도 좋아요.”

3월 4일까지. 3만3000∼8만8000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연극 리차드 3세#김여진#황정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