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3인 병실도 건보적용 방침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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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더 급한 의료현안 해결” 목소리

정부가 대표적 비급여 항목 중 하나로 꼽히는 상급 병실료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환자의 입원료 부담은 낮아지지만 이보다 시급한 의료 사안을 두고 한정적인 재원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의 하나로 7월부터 2, 3인 병실 입원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4, 5, 6인실은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상급종합병원을 기준으로 환자가 부담하고 있는 비용은 하루 최대 △4인실 2만9710원 △5인실 1만6090원 △6인실 1만2380원이다. 하지만 2, 3인실은 건보 적용이 안 돼 상급종합병원 기준 2인실 하루 20여만 원, 3인실 10여만 원 수준의 비용을 낸다. 병원마다 이 비용도 들쭉날쭉하다. 이 때문에 4인실 이상 병실이 부족해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2, 3인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불만이 컸다.

복지부는 상급 병실 보험료를 얼마로 정할지, 환자는 얼마나 부담해야 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의료단체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환자 본인 부담률은 20∼50% 사이에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병원의 의도적인 ‘2인실 밀어 넣기’도 해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2, 3인실을 선택한 사람들까지 일괄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있다. 불가피하게 상급 병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을 지원하는 본래 취지가 훼손되고 일부 환자의 편의를 위해 건강보험료를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입원료가 너무 낮아지면 상급종합병원에 환자들이 몰리고 퇴원을 꺼릴 우려가 있어 2, 3인실의 본인 부담을 좀 더 높여야 하는 것 아닌지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무조건 상급 병실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보다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환자가 원하지 않았는데 입원실 부족으로 불가피하게 상급 병실을 이용했거나 격리 필요 등 의사의 소견에 따라 상급 병실을 쓴 경우에 한해서만 건강보험료를 지원해 주자는 얘기다.

한정된 재원으로 상급 병실료까지 지원하게 되면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다른 과제들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권역외상센터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수가 문제나 중환자실 인력 부족 문제, 신생아실 수가 체계 개선 등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를 두고는 정부가 아직 뚜렷한 지원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료 부문의 여러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병실#건강보험#병실료#본인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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