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나흘만에야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 여부 향후 논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정부 “충분히 협의” 발언수위 낮춰
“거래 실명제 도입 차질없이 추진, 큰 손실 발생 가능성… 본인 책임”
금융위장 “욕 먹어도 할일은 해야”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쇄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 지 나흘 만에 거래소 폐쇄는 확정된 사안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 스스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도 여전히 불확실한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무조정실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는 “거래소 폐쇄 방안은 향후 범정부 차원에서 충분한 협의와 의견 조율 과정을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방안은 지난해 12월 28일 특별대책에서 법무부가 제시한 투기억제 대책 중의 하나”라며 “특별대책에서 밝힌 가상통화 실명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박 장관이 11일 “거래소 폐쇄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는 발언에 비해 수위가 낮아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정부가 나흘 만에 새로운 입장을 내놓은 것은 거래소 폐쇄를 반대하는 국민과 업계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의 공식 입장에도 구체적인 대책은 없었다. 정부는 “가상통화는 가격이 큰 폭으로 변동해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상통화 채굴, 투자, 매매 등 일련의 행위는 자기 책임하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며 투자 자제를 요청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1년 넘게 가상통화 문제를 방치해 오다가 부작용이 부각되고서야 뒤늦게 헛발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6년 10월 디지털 통화를 제도화하겠다고 밝혔을 때만 해도 가상통화를 제도권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당시 이미 일본은 가상통화를 법적 지급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고 미국 뉴욕주는 가상통화 거래소 등록제를 도입했다.

이후 정부가 가상통화제도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가상통화 가격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지난해 9월에야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가상통화를 규제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24시간 내내 거래 차트만 바라보는 투자자인 ‘비트코인 좀비’가 넘쳐나고 해외 시세보다 국내 시세가 40% 이상 높은 ‘김치 프리미엄’ 문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경제와 개개인이 입을 수 있는 큰 손실을 예방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라며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건혁 gun@donga.com·강유현 기자
#가상통화#거래소 폐쇄#실명제#비트코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