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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양종구]경쟁, 한국 마라톤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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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양종구]경쟁, 한국 마라톤을 바꾼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입력 2018-01-16 03:00수정 2018-08-0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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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연초 대한육상경기연맹이 8월 열리는 자카르타 아시아경기 마라톤 대표 선발 기준을 홈페이지에 띄우자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남녀 각 2명씩 뽑는데 3월 18일 열리는 2018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9회 동아마라톤 남녀 국내 1위를 대표로 선발하고 나머지 남녀 1명은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국내외 각종 공인대회에서 세운 기록에 따라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4월에 열리는 대회 관계자들이 “이렇게 나오면 대회를 없앨 수도 있다”는 식으로 육상연맹 관계자들에게 ‘위협’을 했고 일부 선수들과 지도자들도 불평을 했다는 후문이다.

한국 마라톤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 황영조(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 이봉주,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챔피언 지영준(코오롱 코치)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남자 한국 최고기록은 이봉주가 2000년 2월 세운 2시간7분20초, 여자는 권은주가 1997년 10월 세운 2시간26분12초가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해 남자 최고기록은 유승엽(강원도청)이 3월 2017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14분01초, 여자는 김도연(K-water)이 10월 기록한 2시간31분24초다. 남자는 한국기록과 약 7분, 여자는 약 5분이나 차이가 난다. 이렇다 보니 ‘한국 마라톤은 끝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육상연맹이 동아마라톤을 사실상 대표 선발전으로 정한 이유는 경쟁을 피하는 ‘나쁜 관행’을 깨기 위해서다. 마라톤 관계자는 “동아마라톤에 누가 나간다고 알려지면 그보다 실력이 좀 처지는 선수들은 다른 대회에 출전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상금을 타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한 대회에 모여 기록 경쟁을 하기보다는 분산 출전하며 상금을 택하는 것이다. 경쟁이 사라진 것이 한국 마라톤이 퇴보하고 있는 주된 이유다. 황영조 감독은 “20여 년 전만 해도 동아마라톤 남자부 선두권엔 30여 명이 경쟁했다. 지금은 많아야 5, 6명”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육상연맹은 외국인 지도자를 영입해 남녀 마라톤 유망주를 키우는 ‘2020 도쿄 올림픽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특히 남자 마라톤에선 일본에 져선 안 된다는 분위기다. 일본 여자 마라톤은 올림픽(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을 제패했지만 남자 마라톤은 사실상 단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올림픽 역사에 일본 우승으로 기록된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도 조선 남아인 고 손기정 선생이 일장기를 달고 이룬 것이다. 한국은 황영조까지 금메달을 따내며 남자 마라톤에서만은 일본을 앞서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로선 한국이 일본을 잡기가 쉽지만은 않다. 일본 남자 최고기록은 2002년 다카오카 도시나리가 세운 2시간6분16초. 역시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지만 일본은 지난해 오사코 스구루가 2시간7분19초를 기록하는 등 2시간 10분 이내 기록을 낸 선수가 11명이나 된다. 2011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2회 동아마라톤에서 정진혁(당시 건국대)이 2시간9분28초를 기록한 이후 2시간 10분 이내 기록을 내지 못하는 한국 남자 마라톤과는 수준이 다르다.

경쟁이 기록을 만드는 법이다.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위해 한자리에서 경쟁하게 만든 육상연맹의 시도는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2018서울국제마라톤에서 한국마라톤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기록이 나오길 기대한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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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육상경기연맹#자카르타 아시아경기#마라톤 대표 선발 기준#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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