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檢·警·국정원 개혁, 권력 도구로 안 쓰면 저절로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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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이 어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한이 강화되며 안보수사처(가칭)를 신설해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까지 넘겨받게 된다. 반면 검찰과 국정원은 권한이 대폭 축소된다. 검찰은 고위 공직자 수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로, 일반 수사는 경찰로 각각 넘기고 경제·금융 등 특수수사만 맡게 된다. 국정원은 대외안보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꿔 대북·해외 업무만 전담한다.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 활동 결과 집중된 권한을 악용해 불법 사찰과 선거 개입을 하거나 정권 입맛에 맞게 과잉 또는 축소 수사한 사실이 드러나 도마에 오른 국정원과 검찰은 자업자득(自業自得)인 측면이 크다. 대신 수사권한을 이관 받아 공룡기관으로 커진 경찰권의 이상 비대화를 우려하는 여론도 분명히 있다. 청와대는 자치경찰제를 도입하고 수사·행정 경찰을 분리해 경찰 비대화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고 했다. 경찰위원회의 실질화나 공공형사 변호인 제도를 도입해 권한 남용을 막겠다고 하지만 검찰 견제가 없는 상황에서 인권 침해나 부실수사 우려를 없애려면 보다 근본적인 쇄신안을 추가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검찰권 분리·분산에 방점을 둔 개혁의 핵심은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특수수사에 한정한 직접수사가 핵심이다. 수사권 조정은 영장청구를 검사가 하도록 규정한 헌법 조항을 고치지 않으면 제대로 정리되기 힘들다. 더구나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 신설, 국정원 개편 등의 개혁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완성된다. 하지만 청와대는 방향만 밝히고 공을 국회로 던졌다. 조 수석은 국회에 “대승적으로 검토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야당과 소통하지 못했다”고 시인했다. 당장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사실상 15일부터 시작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검경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개혁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화두가 되곤 했다. 나름대로 개혁 방침을 천명하곤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검찰은 과거에도 몇 번씩 뼈를 깎는 개혁과 쇄신을 다짐했지만 공염불이 되곤 했다. 국정원만 해도 벌써 4번째 이름을 갖게 됐다. 좌우 정부를 막론하고 임기 초에는 개혁을 내세우다가 나중에는 권력기관을 정권의 도구로 쓰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의 흑(黑)역사는 막후에서 줄을 세우는 정치권력과 여기에 고개 숙인 고위 간부의 잘못된 처신 탓이 크다. 법이나 제도, 기능의 조정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기관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쓰지 않는 것이다. 이제 과거 정권에서 반복됐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 전통을 세울 때가 됐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안#검찰권 분리·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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