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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가까운 ‘주적’ 이란 막자” 한국과 군사협력 공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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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과 가까운 ‘주적’ 이란 막자” 한국과 군사협력 공들여

이세형기자 입력 2018-01-13 03:00수정 2018-01-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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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기획]대한민국 뒤흔든 UAE 집중분석 아랍에미리트(UAE). 연말 연초 한국 언론의 집중 관심을 받은 나라다. 2009년 한국의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 수주 및 양국 간 비공식 군사 협정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UAE 전격 방문을 계기로 UAE와의 국교 단교설,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현 정권 간 갈등설도 부각됐다.

UAE에 대한 관심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UAE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8∼10일 방한했을 때 절정을 이뤘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청장은 장관급임에도 국가정상 못지않은 수준의 의전을 누렸다. 그의 일거수일투족도 화제가 됐다. 이번 논란을 UAE, 나아가 다른 중동 국가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세계 6위 원유 보유국, 중동의 관문이지만…

“중동에서 가장 개방적인 나라.”

“작지만 중동의 허브(관문) 역할을 하는 나라.”

중동 전문가와 외교관들이 UAE를 평가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다. 1971년 12월 2일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신흥국이며 국토 면적도 한국의 83.4%에 불과하지만 UAE는 국제사회에서 확실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다.

국가 운영의 중심에는 연방을 이루는 7개 토후국 중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있다. 대통령은 아부다비의 에미르(Emir·통치자), 부통령 겸 총리는 두바이의 에미르가 맡는다. 국방과 외교는 연방 체제로 운영되지만 경제는 아부다비와 두바이가 사실상 분리돼 있다는 게 특징. 2009년 두바이가 무리한 개발과 투자로 재정 위기에 빠졌을 때 아부다비가 자금을 빌려준 것도 경제체계가 별도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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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940만 명인 인구 중 자국민은 107만 명(11.3%)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외국인 근로자들로 인도 출신이 가장 많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터키 같은 주변 ‘대국’들과 규모 면에선 상대가 안 된다. 종교·문화적으로도 이슬람교의 창시자 무함마드의 후손들이 다스리는 요르단과 모로코, 문명 발생지인 이집트와 터키 등에 비해 내세울 게 없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UAE는 약 978억 배럴(세계 6위)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한다. 원유가 주로 생산되는 아부다비가 주도해 1976년 설립한 ‘아부다비국부펀드’는 약 1조 달러(약 1060조 원) 규모인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원유와 금융 시장에서 언제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큰손인 것이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중동, 좀 더 넓게는 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한다는 것도 UAE의 강점이다. 두바이는 이 지역의 물류, 항공, 금융 중심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를 오가는 선박과 항공기들의 상당수가 두바이를 허브로 이용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중동과 아프리카 본부도 상당수가 두바이에 있다.

인프라뿐 아니라 ‘마인드’도 개방적이다.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에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UAE 현지법이 아닌 영미법을 반영한 별도 법률 체계를 적용할 정도다. UAE에서 근무했던 공공기관 관계자는 “라마단(무슬림들의 금식 성월) 기간 중에도 DIFC의 식당들은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일부 정육점에선 외국인을 위해 이슬람권에서 금기시하는 돼지고기도 제한적으로 판매한다”며 “중동에서 UAE만큼 유연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바라카 원전 건설과 루브르 아부다비 박물관 설립 등 ‘탈석유 산업’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는 것도 UAE의 개방성을 보여준다.

자나 깨나 안보 걱정

원유 생산과 중동·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통해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국제사회에서 영향력도 상당한 UAE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안보다. 아라비아만(이란에선 페르시아만) 건너에 위치하고 있는 이란 때문이다.

사우디와 지역 패권을 다투는 이란은 UAE를 포함해 아랍권 주요 왕정 산유국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이웃이다. 이슬람교 수니파인 사우디, UAE 등과 달리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다. 아랍이 아닌 ‘페르시아의 후예’로 인종, 언어, 문화도 다르다. 중동에서 △원유 △수자원 △식량 생산 역량 △군사력을 모두 갖추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다. 특히 군사력은 자체적으로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오만, 바레인 등 6개 중동 왕정 산유국들이 1981년 정치, 경제, 안보 등의 포괄적 지역협력기구인 걸프협력회의(GCC)를 구축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도 이란 견제다. 당시 이란은 호메이니가 주도한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며 왕정 국가들을 떨게 했다. 또 친미 성향인 GCC 국가들과 달리 반미 기조를 취했고, 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단체를 지원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특히 2015년 이란 핵 합의가 타결되면서 GCC 국가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이란의 지역 영향력 키우기 행보가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말 GCC 리더인 사우디가 자국 내 반정부, 친이란 성향 시아파 지도자들을 처형한 것도 이란 견제가 목적이었다. 이 사건으로 이란 내 강경파들이 배후 조종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위대는 수도 테헤란의 사우디대사관에 불을 질렀고, 사우디를 비롯한 GCC 국가들은 이란과의 외교관계를 격하시켰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UAE를 포함해 GCC 국가들이 미국을 중심으로 외국 군대를 자국에 주둔시키고, 안보협력에 적극 나서는 건 자국, 나아가 GCC의 군사력이 이란에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UAE는 사담 후세인이 주도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1990년) 직후인 1994년 미국과 방위협력협정을 맺었고, 긴밀하게 안보 부문에서 협력하고 있다. 현재 알 다프라 공군기지와 제벨알리 항구를 중심으로 5000여 명의 미군이 UAE에 주둔 중이다. UAE는 한국에서 배치 문제를 놓고 논란이 됐던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가장 먼저 도입한 나라다. UAE는 2011년 미사일과 발사대, 레이더 세트 지원 물자 등을 포함한 사드 2개 포대를 19억6000만 달러(약 2조900억 원)에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UAE는 유럽의 군사강국인 프랑스와도 2008년 자국 내에 프랑스 공군기지를 세우는 협약을 맺었다. 현재 UAE에는 400여 명의 프랑스군이 주둔 중이다. 서 교수는 “중동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미국과 프랑스의 의지와 자국의 약한 안보 역량을 보완하려는 UAE의 정책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카타르와 바레인이 미군시설을 유치한 것도 같은 이치”라고 말했다.

UAE가 한국에 눈을 돌린 이유

UAE가 한국과의 군사 협력에 적극 나섰던 것도 결국 이런 안보 방침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게 적절하다.

특히 2001년 ‘9·11테러’가 중요한 계기였다. 당시 테러 가담자 중 다수가 사우디와 UAE 출신인 게 드러나면서, 두 나라를 상대로 ‘테러리스트를 방치하고 있다’는 미국의 불만이 커진 것이다. 미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새로운 안보 협력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중동 외교가 관계자는 “9·11테러와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의 이라크 공격(2003년)은 사우디를 필두로 GCC 국가들이 미국 의존도 줄이기와 ‘동방정책(Look East Policy·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 확대)’ 강화에 나서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무함마드 왕세제를 비롯한 젊은 UAE 리더들이 한국의 경제성장과 과학기술 역량, 군사 역량에 관심을 갖게 된 것.

특히 이란이 북한과 미사일 개발에서 협력했고, 무기체계가 비슷하다는 것도 UAE가 한국과의 군사 협력에 공을 들였던 이유로 꼽힌다. 2012년 국정감사 때 당시 권태균 주UAE 대사는 “UAE는 북한 무기 시스템을 잘 아는 한국과 협력하면 이란에 좀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식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건설 시작과 아크부대 파병 후 UAE 지도층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우수한 보건의료 역량에 관심이 집중됐다. 서울대병원이 UAE에서 셰이크칼리파전문병원을 운영하게 된 게 좋은 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중동에서 주요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 중 UAE만큼 한국에 전방위적인 관심을 가진 나라도 드물다”며 “UAE와의 교류와 관계 개선에 더욱 공을 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uae#아랍에미리트#칼둔 칼리파#중동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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