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결제수단 인정한 日, 회계처리 기준 놓고 골머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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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혼란]세계 각국들 대응방안 딜레마

가상통화에 몰입하며 온종일 거래 동향만 들여다보는 사람이 늘면서 ‘가상통화 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가상통화 시세를 조회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가상통화에 몰입하며 온종일 거래 동향만 들여다보는 사람이 늘면서 ‘가상통화 좀비’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한 직장인이 사무실에서 스마트폰으로 가상통화 시세를 조회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한국이 비트코인을 금지할 준비가 됐다’는 보도는 가짜 뉴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1일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폐쇄를 위한 특별법 제정 추진 방침을 밝힌 직후 미국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뉴스가 떠들썩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실제 가상통화인 비트코인을 규제하려면 국회를 통과해야 하니 수년이 걸린다”며 한국의 규제를 기정사실처럼 다룬 보도들을 반박했다. 어느덧 비트코인 거래의 주요 국가로 부상한 한국의 동향에 세계 누리꾼들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소셜미디어에서 “한국 기획재정부는 법무부와 의견이 다르다고 한다” “흥분하지 말자”며 발 빠르게 정보를 퍼다 날랐다. 미국 CNBC방송은 가상통화 정보업체 코인마켓캡을 인용해 박 장관의 발언 직후 세계 가상통화 시가총액이 약 5시간 사이에 1060억 달러(약 113조 원) 줄었다고 보도했을 정도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가 비트코인 광풍의 카오스(대혼란)에 허우적대고 있다.

○ 나라 사정 따라 ‘비트코인 카오스’도 제각각

중국은 지난해 9월 비트코인 등 가상통화를 통한 자금 모집(ICO)을 전면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했다. 이 여파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달 초 중국의 매체 터우쯔저(投資者)보는 “위챗과 텐센트 등 중국의 유명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비트코인 거래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이달 초에도 비트코인 채굴업체들에 사업 중단을 압박하자 ‘비트메인’, ‘비티시닷톱’ 등 채굴업체들은 사업 기지를 캐나다 등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금융청은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가상통화를 결제수단으로 인정했다. 현재 음식점, 가전업체, 양판점 등 1만여 점포에서 비트코인이 결제되고 있다. 인터넷기업 GMO그룹은 올해 3월부터 원하는 직원들에게 임금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계도 한동안 골머리를 앓았다. 일본 회계기준위원회(ASBJ)가 올 4월부터 적용할 회계기준 초안을 마련하느라 난상토론을 벌여야 했다. 새로운 기준은 현재 공청회를 거치고 있다. 한호현 경희대 교수(컴퓨터공학)는 “일본 금융당국은 가상통화 사업자 거래를 인정한 것뿐인데 마치 ‘가상통화가 법정통화로 인정됐다’는 오해를 받고 있어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패권을 쥔 미국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제각각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하지 않는다. 민간에서는 비트코인을 통화가 아닌 상품으로 보고 거래를 허용했다.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월가의 거물들도 비트코인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9일(현지 시간) 한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던 걸 후회한다”며 자신의 과거 발언을 철회했다.

○ 비트코인 시장 교란하는 가짜 뉴스도 극성

서방 경제에 반감을 갖고 있는 국가들은 오히려 가상통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가상통화 발행을 선언한 대표적인 나라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영방송에서 “(미국의) 금융 봉쇄에 맞서 싸우기 위해 ‘페트로’로 명명한 디지털 화폐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지시로 가상통화 ‘암호루블’을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 보도했다. 러시아가 가상통화를 서방의 경제 제재를 피할 새로운 돈줄로 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비트코인 시장을 교란하는 가짜 뉴스도 생산된다. 전문가들은 “온두라스가 토지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허용한다느니, 벨라루스가 가상통화를 합법화한다느니 등 가짜 뉴스가 생산돼 시장이 더욱 혼란스러웠다”고 소개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한기재 기자
#가상통화#일본#비트코인#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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