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발톱 개구리’ 이종교배가 어려운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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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발톱 개구리와 수정했을 때… 3L-4L 염색체가 항상 없어져
생존과 연관된 유전자 발현 줄어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위)와 서양 발톱 개구리. 사진 출처 네이처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위)와 서양 발톱 개구리. 사진 출처 네이처
실험동물로 널리 쓰이는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Xenopus laevis)는 독특한 동물이다. 다른 종으로 분류되는 친척 발톱 개구리와 교배할 수 있는데 항상 되는 것은 아니고 특정 상황에서만 가능하다. 최근 발톱 개구리 이종 교배의 비밀이 밝혀졌다.

레베카 힐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세포 및 발달생물학부 교수팀은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이종 교배가 가능한 조건을 밝혀 과학 학술지 네이처 11일자에 발표했다.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 알은 다른 종인 서양 발톱 개구리(Xenopus tropicalis) 정자로 수정된 뒤 올챙이로 자랄 수 있다. 반대 경우에는 수정은 일어나지만 올챙이까지 발달하지 못하고 발생 단계에서 죽는다.

연구팀은 이런 현상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두 종의 알과 정자를 수정해 배아를 만든 뒤 배아의 게놈 전체를 분석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의 정자와 서양 발톱 개구리의 알을 수정했을 때는 3L염색체와 4L염색체가 항상 없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염색체가 없어진 배아는 발생 단계에서 생존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당 분해 및 지방 분해, 흡수 작용을 담당하는 유전자 발현이 줄었다.

연구에 참여한 권태준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한 뒤 이종 교배가 일어나기 어려운 이유를 밝혔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발톱 개구리는 알 크기가 1mm 정도로 커 관찰이 쉬운 데다 체외 수정으로 한 번에 수백 개씩 수정란을 얻을 수 있어서 배아 발달 과정 연구에 널리 쓰이는 실험동물이다. 존 거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거던연구소장이 이 개구리를 이용해 수행한 체세포 복제 연구가 유명하다. 이 연구를 시작으로 각종 복제 동물이 만들어졌다. 오래전부터 실험동물로 쓰였지만 게놈 서열은 최근에야 분석이 완료됐다. 권 교수가 1저자로 참여한 한국, 미국, 일본 국제 공동연구팀이 2016년 10월 분석을 완료해 네이처에 연구를 발표했다.
 
오가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sol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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