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기발언 후회” 자존심 꺾은 JP모건CEO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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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붕괴론 주장했던 다이먼 “블록체인은 현실, 가상달러 가능”
금융거물들도 비관-낙관 혼란… 美선 비트코인 ETF 출시허가 요청

가상통화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거액을 주무르는 미국 월가의 전문가들조차 비트코인의 정체와 미래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비관론을 펴다 낙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겉으론 비트코인을 무시하는 듯하면서도 소리 없이 투자하는 금융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사진)는 9일 오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상통화 기술인) 블록체인은 현실이며 암호화된 가상 달러화 등도 가능하다”며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던 걸 후회한다”고 자신의 과거 발언을 철회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비트코인에 전혀 흥미를 갖고 있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다이먼 CEO는 지난해 9월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비트코인은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광풍보다 심하다. 비트코인은 사기이고, 결국 폭발하고 말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가상통화를 거래하는 트레이더를 해고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후 ‘비트코인 거품 붕괴론’이 불거졌을 정도로 그의 ‘비트코인=사기’ 발언은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다이먼 CEO의 비트코인 비판 직후 JP모건이 스웨덴 스톡홀름 증시에 상장된 비트코인 관련 상품을 매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미국에서도 비트코인의 제도권 거래가 시작되고 비트코인 외에 다른 가상통화 시장도 커지자 다이먼 CEO가 자존심을 접고 과거 발언을 뒤집은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 탓에 골치 아픈 월가 사람은 다이먼 CEO만이 아니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CEO는 지난해 9월 “비트코인은 일시적 유행을 넘어섰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가 두 달 뒤엔 “비트코인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을 바꾸는 등 알 듯 말 듯한 분석을 내놨다.

세계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파인 CEO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자신의 트위터에 “비트코인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 다음 달에는 어떤 결심이 섰는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 관련 전략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을 바꿨다. 골드만삭스 CEO가 알쏭달쏭한 말을 늘어놓는 사이 블룸버그통신은 지난해 12월 갑자기 “골드만삭스가 가상통화 투자 자산을 어떻게 안전하게 보관할지를 검토하고 있으며 늦어도 2018년 6월에는 거래 데스크를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월가의 비트코인 경고에 굴하지 않고 세계 기축통화 패권을 쥔 미국의 금융시장에선 비트코인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더 코인텔레그래프’ 등 미 매체들은 7일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최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비트코인 선물과 연계된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허가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상품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 가격과 연동될 예정이다. CBOE는 지난해 12월 10일, CME는 12월 17일에 각각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시작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비트코인#블록체인#가상달러#가상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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