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앞 눈 치울 분, 제설제 드립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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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구, 주민 자발적 참여 유도

서울 동대문구는 눈이 많이 내렸을 때 공동주택 거주민에게 제설제(除雪劑)를 무료 지원한다고 10일 밝혔다.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에 사는 주민이 주택 앞과 인근 이면도로 제설작업에 참여한다는 계획서를 제출하면 된다. 제설작업 참여 계획서는 동대문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제설대책운영방 밴드에 가입한 후 내려받은 신청서를 작성해 구청 도로과에 내면 된다. 제설제를 소진했을 경우에는 제설작업에 참여한 사진을 제출하면 더 제공한다.

동대문구가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은 ‘내 집 앞 눈 치우기’를 더욱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내 집 앞 눈 치우기는 2006년 자연재해대책법에 근거해 시작됐다. 이 법은 건물 관리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건물 주변 도로나 이면도로의 제설·제빙(除氷)작업을 하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눈이나 얼음을 치우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나 조치를 취할 규정은 없다.

특히 아파트 단지에서는 관리비로 제설제를 구매해 경비원들이 치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구입 단가가 높아 어려움이 많았다. 동대문구는 이번 제설제 지원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제설작업에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사실 동네 곳곳에 구청과 동주민센터가 마련한 제설도구함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았다. 도구함에는 약 20kg짜리 염화칼슘 포대 두세 개와 삽이 들어있다. 미끄럼 방지 모래주머니가 들어있기도 하다.

그러나 염화칼슘 포대는 너무 크고 무거워 노인이나 여성이 이용하기에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열흘 전 폭설로 새벽부터 언덕길에 쌓인 눈을 치운 허모 씨(34)는 “낡은 삽 대신 눈을 푸기 쉬운 바가지가 들어있거나 염화칼슘이 소규모로 포장돼 있다면 흩뿌리기 더 쉬울 것 같다”고 말했다. 길이가 200m나 되는 골목이어서 제설함에서 멀리 떨어진 데까지 염화칼슘 포대를 들고 가느라 애를 먹었다고도 했다.

서울시는 시범적으로 넉가래 3개, 빗자루 3개, 눈삽 3개가 든 제설도구함을 배치하고 있다. 모두 5500만 원을 들여 자치구당 10곳에 비치했다. 빗자루나 눈삽이 없어지는 경우가 있어 고민이라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눈을 치우지 않으면 낙상(落傷)이나 교통사고의 위험이 커지는 만큼 다음 제설작업을 위해 꼭 제자리에 놓아 달라”고 당부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눈#제설제#무료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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