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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각장애 바리스타 첫 점장 꿈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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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청각장애 바리스타 첫 점장 꿈 이뤘다

강승현기자 입력 2018-01-11 03:00수정 2018-01-1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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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코리아 권순미 점장, 손님 입 모양 보고 주문받아
인사말-메뉴설명 잠꼬대할 정도 “7년간 응원해 준 고객께 감사”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최초의 장애인 점장이 된 권순미 송파아이파크점장은 “점장의 책임과 역할이 부담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다른 장애인들이 희망과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한창 테이블 정리를 하고 있던 카페 직원에게 한 20대 여성이 말을 건넸다. 너무나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순간 말문이 막힌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바닥과 손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기분이 상한 고객이 불만을 표출하며 자리를 떴고, 직원은 고개를 숙인 채 한동안 자리에서 걸음을 떼지 못했다.

곧이어 매장으로 손님이 쏟아져 들어왔다. 매뉴얼대로 인사를 건네야 했지만 이번에도 마음과 달리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라는 두 마디가 입가에 맴돌 뿐이었다. 어렵게 발성을 했지만 공기 중에 흩어지는 작고 어눌한 소리였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최초로 장애를 딛고 점장이 된 권순미 씨(38)의 이야기다. 청각장애 2급인 권 씨는 2011년 장애인 공개채용으로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의 바리스타가 됐다. 권 씨는 10일 “간단한 인사말을 제대로 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면서 “승진은 내가 절대 상상하면 안 되는,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18년 새해 권 씨는 ‘점장’ 명함을 손에 쥐었다.

서비스업 특성상 장애인에게 매장 운영을 총괄 관리하는 점장 자리를 맡기는 건 국내 식음료업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드문 일이다. 스타벅스의 본사가 있는 미국에서조차 장애인 점장은 1만7000여 개 매장에 단 한 명뿐이다.

커피를 좋아한다는 단순한 이유로 30대에 늦깎이 바리스타가 된 권 씨는 슈퍼바이저와 부점장을 거쳐 마침내 송파아이파크점의 점장 자리에 올랐다. 점장은 매장과 실적 관리는 물론이고 직원 9명의 인사권까지 가지고 있는 총책임자다. 현재 국내 스타벅스 매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사원은 총 408명이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총 4곳의 스타벅스 매장을 거친 권 씨는 소통과 유대감 형성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동료 상호평가는 물론이고 고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게 점장 승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면서 “매장 관리와 문제 해결 능력 부문에서도 다른 직원들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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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5일자 A31면.
지금은 베테랑이 됐지만 말단 바리스타 시절을 생각하면 권 씨는 아직도 울컥 눈물부터 난다. ‘장애인 바리스타’라는 배지를 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예 말도 붙이지 않는 손님부터 그가 건넨 커피는 먹지 않겠다며 교환을 요구하는 손님도 있었다. 권 씨는 이런 냉대를 극복하며 자신만의 장점을 만들어 갔다.

“어릴 때부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표정을 잘 읽고 눈치가 빨라요. 서비스가 필요하거나 심기가 불편한 고객들의 표정을 다른 직원들보다 잘 알아채는 편이에요.”

상대방의 입 모양과 보청기에 의지해 의사소통을 하는 권 씨는 매일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말하기 연습을 했다. 인사말과 메뉴 설명이 그의 유일한 잠꼬대다.

권 씨는 자신을 여기까지 이끌어 준 원동력은 고객이라고 말한다. 그는 “응원 메시지와 선물을 건넨 손님이 많았다”면서 “나를 배려해주고 도와준 손님들과 동료들 덕분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매장의 손님으로 찾아와 먼발치서 권 씨의 고군분투를 지켜보던 한 남성은 권 씨의 남편이 됐다. 권 씨는 “내가 얻은 최초라는 타이틀이 다른 장애인들에게 용기를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바리스타#청각장애 바리스타#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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