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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 얼굴 철판 깔고 당장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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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이모작, 얼굴 철판 깔고 당장 찾아라”

김상훈기자 입력 2018-01-10 03:00수정 2018-01-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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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레이 아트 개척 괴짜의사 정태섭씨… 지침서 ‘하루를 살아도∼’ 책 펴내
8일 정태섭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X레이 아트 첫 작품인 ‘입 속의 검은 잎’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뒤쪽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구매한 ‘좋은 날이야’ 작품이 보인다. 정 교수는 ‘되면한다’가 아니라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인생을 즐길 것을 권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1993년의 어느 날, 정태섭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교수(64)는 평소대로 환자들의 X레이 사진을 판독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우연히도 축농증 환자의 콧속 사진에서 하트 모양을 발견했다. 호기심에 다른 X레이 사진들도 뒤적였다. 소변이 꽉 찬 방광, 뇌의 염증 덩어리도 하트 모양이었다. ‘이거, 예술이 되겠는데….’

이후 다양한 시도를 거쳐 2006년 정 교수는 ‘X레이 아트’라는 새로운 미술 영역을 본격적으로 개척했다. 기형도의 시 ‘입 속의 검은 잎’을 재현하기 위해 꽃을 입에 문 사람을 X레이로 찍은 게 첫 작품이 됐다. 그 후 정 교수는 대상을 사람에서 꽃, 소라껍데기 등으로 넓혔다.

미술계도 정 교수의 작품성을 인정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와인 마시는 여인의 모습을 X레이로 촬영한 ‘좋은 날이야’를 비롯해 3점의 작품을 사 갔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과서에 그의 작품이 실렸다. TV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도 ‘언약’과 ‘장미의 영혼’ 등 2점의 작품이 노출됐다. 어느덧 작품은 80여 점으로 늘었다. 여러 차례 전시회도 열었다. 어느새 그는 스타 아티스트로 불렸다.

작업 과정은 녹록지 않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 사람의 전신을 부위별로 나눠 40여 장을 찍는 일도 흔하다. 그 사진을 이어붙이고 색을 입히는 데만 한 달 이상 걸리는 경우도 적잖다. 따로 작업실이 필요해 사무실을 임차해야 했다. 작품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는 임차료도 충당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원하는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니 좋았다.

이 같은 외도에 의학계에서는 정 교수를 ‘괴짜’로 여긴다. 그 괴짜가 정년을 1년 앞두고 인생 이모작의 지침서 ‘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걷는나무)를 최근 펴냈다.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단다. 8일 정 교수를 만났다.

“생각만 해도 짜릿한 전율을 느끼는 일이 있나요? 그렇다면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 일을 준비하세요. 주변 눈치 보지 말고,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지금 당장요.”

실패가 걱정이 될 법도 하다. 정 교수는 자신의 사례를 들었다. X레이 아트를 시작할 무렵 전시 공간을 얻기 위해 갤러리를 찾아다녔지만 열두 번 거절당했다. 속이 쓰렸지만 오기가 앞섰다. 전시장 관계자들에게 이유를 물어 노트에 받아 적고는 하나씩 고쳐나갔다. 정 교수는 “실패에서 얻는 깨달음이야말로 인생 이모작 준비에 큰 도움이 된다”라고 말했다.


인생 이모작을 언제부터 준비해야 할까. 정 교수는 “나이는 상관이 없다”라고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꿈을 잃지 않는 것, 그리고 행복한 일을 찾는 것이란다. 그 자신도 X레이 아트에서 꿈을 이뤘고 행복을 찾았다고 했다. 정년퇴직하면 X레이 아트에 모든 것을 걸겠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되면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과부터 예측하고, 성과가 나지 않을 것 같으면 지레 포기하고 말지요. 그러면 꿈은 멀어집니다. ‘하면 된다’로 바꿔야 합니다. 당장 피를 끓게 하는 그 무언가를 찾아 매달리면 인생 이모작에 성공할 겁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x레이 아트#괴짜의사 정태섭#하루를 살아도 후회 없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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