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서울대병원, 국내 첫 소아 전용 호스피스 운영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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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부터 소아암 환자 등 관리… 정부, 내년 권역별로 4곳 추가

6월부터 말기 판정을 받은 소아암이나 희귀질환 아동 환자도 호스피스 의료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국내 첫 소아 전용 호스피스 의료기관으로 지정해 6월부터 운영한다.

호스피스는 수명 연장보다 통증 경감에, 완치보다 완화에 초점을 둔 환자 관리를 뜻한다. 아동의 암세포는 성인의 것보다 더 빨리, 더 치명적인 부위에서 자라나 회복이 어렵고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그만큼 호스피스에 대한 환자와 가족의 수요가 많다.

김민선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암, 심혈관 질환 등 복합(2가지 이상) 만성질환으로 숨진 19세 미만 환자는 연간 1300명 안팎이다. 이는 전체 아동·청소년 사망자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하지만 전국 호스피스 전문기관 81곳 중 아동 환자만을 위한 곳은 없다. 성인 환자보다 손이 많이 가고 아동 전문 의료인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서울대병원에서 소아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진행한 뒤 내년에 권역별로 4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관련 건강보험 수가를 조정하고, 필요하면 정부 지원금을 보탤 예정이다. 다만 성인 호스피스처럼 별도로 구분된 병동에 환자를 모아놓기보다 호스피스 인력이 입원실로 찾아가는 ‘자문형 서비스’를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호스피스는 임종을 준비하는 곳’이라는 오해와 낙인을 피하기 위해서다. 같은 이유로 환자가 숨지기 직전 옮겨지는 ‘임종실’도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동 환자인 만큼 지나온 삶을 돌아보기보다 가족, 친구와의 추억을 쌓는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게 된다.

소아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는 질환의 종류는 ‘각종 소아 희귀질환’으로, 그 범위가 넓다. 성인은 암, 만성 간경화, 만성 폐쇄성 호흡기 질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등 4가지 질환일 때만 호스피스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호스피스가 필요한 소아 환자의 절반 이상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희귀질환자들이다. 강민규 복지부 질병정책과장은 “중증 소아 환자들이 호스피스를 통해 존엄하고 행복하게 지낼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김윤종 기자
#서울대병원#소아#호스피스#소아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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