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말 많던 UAE 의혹, 原電 아닌 비밀군사협정 문제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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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의 최측근인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을 접견했다. 이에 앞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칼둔 청장과 만나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양국 간 에너지, 전자 등 산업 분야와 관광 분야에서 협력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국방장관과 대통령비서실장이 연이어 UAE를 방문했어야 할 정도로 긴박했던 양국 관계가 칼둔 청장의 방한으로 정상화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난해 12월 임종석 비서실장의 UAE 방문 직후부터 불거진 갈등설을 되짚어 보면 한심하기 그지없다. 야당을 중심으로 현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UAE의 불만, 원전 리베이트 수수, 대북 접촉 등 숱한 의혹이 쏟아졌지만, 결국 헛다리를 짚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칼둔 청장이 어제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조찬에서 ‘UAE는 한국 원전에 대한 불만이 없는데, 왜 한국에서 우리가 불만을 갖고 있다고 보도되는지 당황스럽다’고 했을 정도다.

어제 중앙일보는 김태영 전 국방부장관의 말을 인용해 2009년 원전 수주 과정에서 정부가 ‘유사시 한국군 자동 개입’ 조항이 포함된 비밀 군사협정을 UAE와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원전 수주 경쟁국이었던 프랑스에 프로젝트를 빼앗길 것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가 내린 ‘결단’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사시 자동 개입’을 포함한 군사협정은 군사동맹으로 해석될 수 있다. 중동의 수니파 국가와 이 정도 무게의 군사협정을 체결하면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잘못됐다. 무엇보다 안전보장과 관련된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위배된다.

그렇다고 해도 이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일이다. 청와대는 문제가 나온 뒤부터 온갖 ‘설’이 난무할 때 오락가락으로 비치는 부인으로만 일관했다. 상대국을 의식했겠지만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 혹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등에 비공개로 설명하고 협조를 구했어야 했다. 이번 일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으면 파장은 UAE뿐 아니라 중동 국가들과의 외교는 물론 원전 수출, 건설 사업, 나아가 원유 수급 문제까지 미칠 수 있다. 정부와 여야 모두 무엇이 진정한 국익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하고 대처해야 한다.
#uae 의혹#비밀군사협정#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포괄적·전면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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