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글로브’… “성폭력-차별 끝내자” 레드카펫 뒤덮은 검은 드레스-정장 물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코멘트

‘미투’ 메아리 친 골든글로브 시상식
여배우들 성폭력저항 운동가 초청
윈프리 “가해자들의 시간은 끝났다”… 메릴 스트립 “이제 시작점 섰을뿐”

지난해 미국 영화계를 뒤흔든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7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턴 호텔에서 열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검은색 드레스로 뒤덮었다.

수상 후보자 명단에 오른 배우와 감독 등 주요 참석자 대부분이 이 캠페인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검은색 드레스와 정장을 입고 레드카펫에 선 것. 뉴욕타임스는 “레드카펫이 정치적 이슈의 발언대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여성 영화인 300여 명이 ‘미투’와 같은 취지로 이달 1일 결성한 단체인 ‘타임스 업(Time‘s Up·시간이 됐다)’ 배지를 가슴에 달았다.


‘미투’ 캠페인은 거물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에게 성폭행 피해를 입은 여배우들의 잇따른 폭로로 촉발됐다. 와인스틴에게 성추행당한 경험을 폭로했던 배우 애슐리 저드, ‘타임스 업’에 참여한 리스 위더스푼과 케리 워싱턴 등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리가 오늘 골든글로브에서 검은색 옷을 입는 것은 성추행, 성차별, 성폭행을 끝내기 위함이다”라고 밝혔다.

홀리 헌터, 토냐 하딩 등 수상 후보에 오른 배우들도 검정 드레스를 입고 레드카펫 위에 올랐다. 에마 왓슨, 메릴 스트립, 에이미 폴러 등 여배우 8명은 성폭력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을 벌여 온 활동가들을 초청해 이들의 손을 잡고 레드카펫을 밟았다.

시상식 사회를 맡은 배우 세스 마이어스는 “안녕하십니까, 숙녀 여러분과 ‘남은 신사’ 여러분!”이라는 오프닝 인사말로 레드카펫 위 검은색 드레스 행렬의 분위기를 시상식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그는 “늘 객석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던 와인스틴이 20년 뒤쯤 이곳에 돌아와 ‘사망자 추도’ 부문에서 야유를 받는 첫 후보가 될 것”이라는 날 선 농담을 덧붙였다.

평생공로상인 세실 B 드밀 상을 받은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역시 새까만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라 8분에 걸친 수상 소감 대부분을 ‘미투’ 관련 발언으로 채웠다. 윈프리는 “오늘 마침내 맞이한 이 새로운 여명은 바로 이 자리에 함께한 위대한 여성들, 그리고 몇몇 경이적인 남성들이 이룩한 성취”라고 말했다. “그들(성폭력 가해자들)의 시간은 끝났다! 다시는 누구도 ‘미투’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날이 밝아오고 있다!”는 외침으로 발언을 마치자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여성 시민운동가 아이젠 푸와 동행한 배우 메릴 스트립은 “우리는 이제 겨우 시작점에 섰을 뿐이다. 전체 상황의 일부만이 바뀌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배우 미셸 윌리엄스와 동행한 ‘미투’ 캠페인 창설자 타라나 버크는 “이 캠페인이 단지 할리우드의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은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마틴 맥도나 감독의 ‘스리 빌보드 아웃사이드 에빙, 미주리’가 드라마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 등 4개의 상을 받았다. 그레타 거위그 감독의 ‘레이디 버드’는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영화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역을 맡아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은 배우 게리 올드먼도 새까만 턱시도에 ‘타임스 업’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올랐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블랙 글로브#성폭력#성차별#골든글로브 시상식#여배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