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를 넘어선 단색화, 미래를 엿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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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11인 ‘한국의 후기 단색화’전… 개성 넘치는 작품 한자리에

김춘수 작가의 ‘ULTRA-MARINE 1757’(194×130.3cm). 리안갤러리 제공
김춘수 작가의 ‘ULTRA-MARINE 1757’(194×130.3cm). 리안갤러리 제공
세계 미술계에 한류 붐을 일으켰던 ‘단색화’는 앞으로 어디로 나아갈까.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5일 시작된 전시 ‘한국의 후기 단색화’는 어쩌면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이 될 수도 있겠다. 단색화 열풍의 바통을 이어받을 차세대 주자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은 이번 참여 작가들에게 차세대란 수식어는 꽤나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김근태 김이수 김춘수 김택상 남춘모 법관 이배 이진우 장승택 전영희 천광엽 등 11명은 짧아도 10년 이상, 길게는 1970년대부터 꾸준히 단색화 작업을 해온 미술가들. 기획을 맡은 윤진섭 전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은 “김환기(1913∼1974) 이우환(82) 등 전기 단색화 작가들의 제자 세대로 1970, 80년대 한국 미술 현장에서 모더니즘 미술을 직접 체험했던 작가들을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후기 단색화’전을 윤 전 부회장이 기획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는 한국 단색화를 2000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영문판 도록에서 ‘코리안 모노크롬(Korean Monochrome)’이 아니라 ‘Dansaekhwa’로 처음 명명한 평론가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려 화제를 모았던 ‘한국의 단색화’ 전도 선보였다. 윤 전 부회장은 “후기 단색화 작가들은 최근의 퇴조를 만회할 만한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미술계의 지배적 견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 21점은 모두 인상 깊다. 하나로 묶어 단정 짓긴 어렵지만, 독자적인 재료와 실험을 통해 작품을 ‘의식의 표현 수단’으로 삼는 성향을 보인다. 천연 재료인 숯과 먹 등을 즐겨 쓰는 이배 작가는 특출한 동양적 감각으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택상 작가는 물에 최소한의 안료만 섞어 표현하는 ‘침전기법’을 통해 오묘한 자연주의를 추구한다. 서울 전시는 다음 달 24일까지. 3월 8일부터는 대구 중구 리안갤러리에서 순회 전시를 가질 예정이다. 02-730-2243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단색화#한국의 후기 단색화#리안갤러리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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