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저출산 악순환의 늪, 11년 새 108만 명 줄어든 ‘엄마’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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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서울 지역 초등학교의 예비소집일이었다. 하지만 부모 손을 잡고 초등학교에 첫발을 내딛는 아이는 줄었다. 올해 서울시내 공립초등학교 557곳의 입학 대상자가 지난해보다 1615명이 줄어 2.05% 감소했다. 신입생이 50명 이하인 곳도 37곳에 이른다. 이제 한국 사회의 저출산이 시시각각 피부로 느껴질 만큼 현실로 다가온다.

저출산 문제는 앞으로 더욱 가파르게 한국사회를 옥죌 것이다. 여성 1명당 평생 출산하는 아이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6년 기준 1.17명으로 2010년 이후 가장 낮다. 문제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임여성(만 15∼49세 여성) 자체가 줄어든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오늘 가임여성이 지난해 11월 기준 1253만 명으로 11년 사이에 108만 명이 줄었다고 보도했다. 한 여성이 1.2명의 아이를 낳는다는 단순 계산으로도 아이 130만 명이 사라졌다.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된 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출생아들이 본격적으로 가임여성으로 성장하면서 저출산이 저출산을 부르는 악순환의 늪에 빠진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126조 원을 쏟아부으면서 보육환경 개선에 집중해왔다. 하지만 일자리가 있는 젊은 여성이 육아에 따른 경력단절을 우려해 결혼과 출산 자체를 꺼리는 현실은 외면했다. 아이를 낳은 산모(産母)가 한 해 얼마나 되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정부 정책은 가임여성에 대해 무지했다.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겪은 독일도 초기에는 육아수당 지급과 같은 보육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1970년대부터 아이 한 명당 매월 약 200유로(약 25만 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1994년 출산율은 역사상 최저인 1.24명까지 떨어졌다. 결국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율을 높이는 등 여성의 육아를 분담하는 방식으로 정책이 바뀌고서야 2015년 출산율은 1.5명으로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최근 가임여성에게 출산을 강요하기보다 여성의 일과 경제활동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보육환경을 개선하고 양육수당을 지급해도 여성이 출산을 일방적인 희생이라고 느낀다면 백약이 무효일 수밖에 없다. 결국 주거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면서 여성이 ‘독박 육아’에서 벗어나 경력단절을 겪지 않도록 ‘아이는 나라가 키운다’는 발상으로 사회적인 육아 환경을 조성해야 저출산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출산#가임여성#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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