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특활비 공개” 판결 14년째 외면한 ‘미꾸라지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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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는 특수활동비 지출 명세를 공개하라는 법원 1, 2심 판결에 불복해 4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2015년 당시 홍준표 경남도지사와 신계륜 민주당 의원이 특수활동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법원에 비공개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국회는 명세가 공개되면 의정 활동이 위축된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 이어 서울고등법원도 지난해 12월 14일 “기밀로 볼 만한 내용이 없고, 국회 활동은 공개해서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이 이뤄져야 한다”고 공개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2004년에도 국회의 특수활동비 집행 정보 공개 판결을 내렸으나 국회는 공개를 늦추다가 임기가 바뀌면서 정보 공개청구가 들어오면 또다시 비공개하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검찰, 국가정보원 등의 특수활동비 사건이 터지면 국정조사까지 거론하며 사용 명세 공개를 요구해온 국회가 막상 자신들의 주머니 내역은 14년째 쇠심줄처럼 버티며 감추고 있는 것이다.

올해 국회 특수활동비는 지난해보다 19.2% 줄어든 72억 원가량이다. 특수활동비는 현금으로 미리 지급한 뒤 집행 내용 확인서만 붙여도 되고 이마저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생활비 경조사비 골프비 등으로 유용된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최근 일부 의원이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을 제출했지만 상임위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상고에 대해 국회 사무처는 “범정부적 차원의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공개 거부 이유를 설명했으며, 여야는 “국회사무처가 내린 결정”이라며 모르쇠다. 이런 특권적 관행이야말로 적폐 중의 적폐다.

물론 특수활동비 공개는 국회만의 과제는 아니다. 한국납세자연맹이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특수활동비 예산은 총 8939억 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말 특수활동비를 739억 원 감액했다지만 여전히 8000억 원대에 달한다. 이 막대한 돈의 집행 투명성을 높이고 감시할 주된 책임은 국회에 있다. 김교흥 국회 사무총장도 4일 “국회가 먼저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지만, 같은 날 대법원 상고가 이뤄졌다.

특수활동비가 필요한 영역이 있고 세세히 공개하기 힘든 대목이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에도 사후 감사는 철저히 할 수 있어야 한다. 선도적으로 투명성을 높여야 할 국회가 자기 수중의 눈먼 돈만은 끝까지 움켜쥐겠다는 것은 볼썽사납다.
#특수활동비 공개#미꾸라지 국회#홍준표 경남도지사#신계륜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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