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고고학은 보물찾기? “인간을 이해하는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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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유물에 있다/강인욱 지음/192쪽·1만 원·샘터

인간이 남긴 수많은 흔적에는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묻어 있다. 죽음이 주는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상상력을 동원해 사후세계를 만들고 갖가지 의식과 유물을 만들었다. 이집트 피라미드 속 미라는 육신이 썩어 없어지지 않는다면 영생을 얻을 거라는 믿음의 표현이다. 고고학자인 저자는 그가 작은 뼛조각과 토기 조각에서 만나는 건 결국 사람이라고 말한다.

책은 누구나 한 번쯤은 호기심을 품지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고고학을 일상적 언어로 풀어낸다. 뤼크 베송의 영화 ‘루시’에서 디지털을 통해 영생을 얻는 대목에서 파지리크 고분의 양탄자에 새겨진 세계수를 떠올리는 식이다.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은 본능에 관한 이야기다. 시대를 초월한 공통분모가 발견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실제 발굴 작업에서 벌어지는 짠한 에피소드도 소개된다. 저자가 유학을 했던 1990년대 중반 러시아는 최악의 경제난을 겪었다. 러시아과학원의 재정난으로 감자와 메밀을 먹으며 거의 맨손으로 바라바를 발굴했다. 쉬는 날에는 너구리 오리 사냥을 하고 주변 농가에 감자를 캐주고 달걀과 보드카를 얻기도 했다. 우아하게 앉아서 연구하기보다 필드에 나가 땅과 굴을 파야 하는 학문이기에 벌어지는 일이다.

책은 각계 명사에게 ‘다음 세대에 꼭 전하고 싶은 한 가지’를 묻고 답을 찾는 ‘아우름 시리즈’의 스물일곱 번째 주제다. 흔히 고고학은 값비싼 보물이나 유물을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자 성공으로 그려진다. 저자는 사실은 그 유물 속에 담긴 사람의 이야기와 인간의 진실이 더 값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진실은 유물에 있다#강인욱#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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