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文대통령 100% 지지”… 탄력 붙은 남북 평창대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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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훈련 연기 합의]文대통령-트럼프 4일밤 30분 통화

강경화 외교부장관 “남북대화도 한미공조”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4일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 대리(오른쪽),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강 장관은 남북
 대화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 없이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강경화 외교부장관 “남북대화도 한미공조” 강경화 외교부 장관(가운데)이 4일 마크 내퍼 주한미국 대사 대리(오른쪽),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 강 장관은 남북 대화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 공조 없이 진행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사진공동취재단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희망한다.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 대표단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 당국자회담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 통화에서 평창 겨울올림픽 안전 보장에 최선을 다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 훈련’ 등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 과정에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알려 달라. 미국은 100% 문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100% 지지’라는 표현은 트럼프가 주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와의 유대 관계를 강조하며 사용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의 한미 연합훈련 연기 제안을 수용하면서 김정은의 신년사로 촉발된 남북 당국자 간 회담 개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게 될 듯하다. 조만간 남북 접촉의 장소와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번 한미 정상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는 밝혔다. 남북 연락망이 재개통된 3일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외교부 라인을 통해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는 사전에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의 통화는 남북 대화 재개를 두고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한미동맹 균열 우려를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남북 대화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올린 트윗에서 ‘남북 간 대화는 좋은 일(good thing)’이라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남북 대화 재개에 자신도 공로가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서 ‘힘의 행사’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었다고 스스로 평가하면서 자신의 대북 압박 정책을 남북 대화 재개의 원인 중 하나로 꼽지 않는 전문가들을 ‘바보들(fools)’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미국 백악관이 통화 후 배포한 자료에는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delay(연기)’ 대신 ‘de-conflict(충돌을 피하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훈련 연기를 발표하는 대신 전화 통화를 통해 “문 대통령께서 저를 대신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될 것 같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 그동안 훈련 중단에 반대했던 미국이 부담을 보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가와는 별개로 워싱턴 조야는 남북한 간에 본격적인 대화 국면이 시작되면 한국이 대북 국제공조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카티나 애덤스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3일 남북한 대화 통로 복원이 북핵 문제 해결이나 한반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남북관계 개선은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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