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만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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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참여형 ‘인터랙션툰’ 첫 공개… 게시 6회만에 누적 조회수 4000만뷰

“이건 정말 웹툰계 혁명인 듯. 이런 형태는 처음 본다.”

지난해 12월 12일 공개된 하일권 작가(35·사진)의 신작 웹툰 ‘마주쳤다’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독자가 직접 주인공이 돼 작품 속으로 들어가 캐릭터들과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국내 최초의 독자 참여형 ‘인터랙션툰’이다. 3일까지 공개된 6회분 누적 조회수가 4000만 뷰를 넘어섰다.

이 웹툰은 기존에 눈으로 감상만 하는 것을 넘어 직접 체험하도록 구성됐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다’는 여자 주인공 영희의 말에 먼지를 떼 주려고 바람을 ‘후’ 불면, 스마트폰 화면 속 그녀의 머리카락이 흩날리며 반응한다. 음성인식 기술이 사용된 이 장면에서는 스마트폰의 내장마이크가 소리 크기를 측정해 머리카락이 날리는 정도를 결정한다.

손가락으로 터치해 영희 머리에 묻은 빵 부스러기를 털어주거나 스마트폰을 전후좌우로 돌려 웹툰 속 배경이 되는 교실을 둘러볼 수도 있다. 터치패드 기술, 360도 파노라마 기술, 증강현실(AR) 기술 덕분이다. 매번 새 에피소드가 공개될 때마다 ‘어떻게 한 걸까’ ‘정말 신기하다’는 댓글들이 폭발적으로 달리고 있다.

하일권 작가의 신작 웹툰 ‘마주쳤다’에 적용된 얼굴 인식 및 머신러닝 기술. 독자가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으면 웹툰 캐릭터로 변환된다. 이 작품은 독자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네이버 제공
하일권 작가의 신작 웹툰 ‘마주쳤다’에 적용된 얼굴 인식 및 머신러닝 기술. 독자가 자신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으면 웹툰 캐릭터로 변환된다. 이 작품은 독자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네이버 제공
가장 눈길을 끈 부분은 2화에서 자신의 ‘셀카’를 웹툰 속 캐릭터로 바꾸어 주는 기술이다. 웹툰 ‘마주쳤다’는 독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설정을 위해서 얼굴 인식 기술과 인공지능(AI)의 한 종류인 ‘머신러닝’ 기술이 사용됐다. 미리 입력해 둔 다양한 모습의 눈, 코, 입, 이마 등을 기계가 재빨리 그려낸다.

이번 인터랙션툰의 반응이 유독 뜨거운 것은 여러 기술이 집약됐기 때문이다. 조석, 하일권, 이동건 작가의 작품에는 4년 전부터 스마트툰(화면을 넘기면 줌인 줌아웃 등 효과 발생), 효과툰(특정 시점에 장면 전환 등 효과 발생), AR툰(증강현실 기술 적용) 기술이 하나씩 시도돼 왔다. ‘마주쳤다’는 이들 기술이 응축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로맨스라는 장르적 특성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풋풋한 10대들의 사랑 이야기에 독자들의 몰입도가 크다. 과거 이발소, 목욕탕 등 독특한 소재와 설정의 작품을 선보여 온 하일권 작가는 ‘마주쳤다’에 대해 “최대한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기술을 접해 볼 수 있도록 보편적인 소재와 배경, 감정을 녹였다”고 밝혔다.

그는 “웹툰 시장은 점차 커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새로운 시도는 많지 않았다”며 “신기술과 웹툰의 접목은 15년 이상 된 웹툰 시장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독자들이 즐기고 선택할 수 있는 폭도 한층 넓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총 8회로 기획된 이 작품은 다음 주 공개될 마지막 회까지 단 2회만을 남겨둔 상태다. 네이버 측은 “그림의 배경을 자동으로 채색해 주는 기능도 웹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웹툰#하일권#인터랙션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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