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률 떨어지고 임금 뛰고… 감세-규제완화가 ‘성장 연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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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회복→투자증가→실업감소 선순환
18개주-19개 대도시 최저임금 인상… 기업들 감세보너스등 지갑 활짝 열어
“평일보다 임금 25% 더 준다고해도 주말 근무할 사람 찾기 힘들어”
건설-IT-제조업 몸값 ‘부르는게 값’

“숨만 쉰다면 식기세척기라도 채용할 겁니다.”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서 브로드웨이 팜 디너 시어터를 운영하는 윌리엄 프래더 사장은 주방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지난해 10월 현재 포트마이어스의 실업률은 3.3%. 17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미국 평균 실업률(4.1%)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게다가 허리케인 어마 피해 복구 공사현장으로 사람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구인난이 심화하고 임금이 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미국의 잘나가는 도시 근로자 임금이 토끼뜀을 시작했다. 경기 회복세와 노동 시장의 훈풍에도 꿈쩍 않던 임금이 상승세를 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가 살아나면서 기업 투자 증가, 실업률 감소, 임금 상승의 선순환도 나타나고 있다.

○ “드디어 임금 오른다”


임금 상승률이 미 평균의 갑절에 가까운 도시들은 포트마이어스 외에 유타주 오그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유타주 덴버,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텍사스주 오스틴 등 실업률이 전국 평균을 밑도는 잘나가는 도시들이다.

특히 건설, 정보기술(IT), 제조업종 숙련공의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다. 미네소타주 몬티셀로의 기계장비회사 얼트러머시닝의 인사책임자 제시 듀코위츠 씨는 “요즘 우리 업종에선 돈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주 7일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위해 평일보다 25% 급여를 더 주고 주말 근무자를 채용하려고 했지만, 아직 일하겠다는 기계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근속수당, 채용수당 등의 당근을 쥐여주며 직원들의 이직을 막고 있다. 미네소타주 뉴브라이턴의 건축자재회사인 제너레이션하드우드플로어링의 패트릭 그라임스 사장은 지난해 여름 창업을 위해 이직하겠다는 핵심 직원 2명에게 연봉 1만 달러 인상, 건강보험료 전액 지급 등의 당근을 제시해 간신히 눌러앉혔다. 애덤 캐민스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완전고용에 들어선 ‘퍼스트 무버’ 도시들에서 임금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미고용법프로젝트(NELP)에 따르면 미국 18개 주와 19개 대도시가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연방정부의 최저임금 기준은 2009년 이후 시간당 7.25달러에 머물고 있지만 주나 도시별로 물가상승률 연동이나 투표를 통해 최저임금을 올리고 있다. 연방 최저임금 기준을 유지하는 주는 텍사스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주 등 17개 주에 불과하다.

문제는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지역에선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 감소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소득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세인트루이스의 경우 지난해 8월 최저임금을 2.30달러 깎는 ‘역주행’을 했다.

○ 감세와 규제 완화가 ‘로켓 엔진 연료’


미국 경기 회복이 최저임금 충격을 덜어주는 ‘완충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와 규제 완화로 기업 투자와 일자리를 늘리는 ‘로켓 엔진 연료’를 쏟아붓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취임 이후 67개의 규제를 없앤 반면, 신설한 규제는 3개뿐이다. 향후 10년 동안 1조5000억 달러의 세금을 깎아주는 감세도 밀어붙였다. AT&T, 퍼스트파머스뱅크&트러스트, 웰스파고, 어큐웨더, 컴캐스트 등이 대규모 투자나 ‘감세 보너스’ ‘규제개혁 보너스’로 화답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재계가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지갑을 열고 있다”며 ‘트럼프 효과(Trump effect)’를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2일 자신의 트위터에 “기업들이 감세 법안 때문에 직원들에게 큰 보너스를 주고 있다. 매우 좋다”고 적었다.

전미제조업협회(NAM)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10∼12월) 규제와 세금 같은 비우호적 사업 환경을 어려움으로 꼽은 회원사는 전체의 절반을 밑돌았다. 1년 전(75%)에 비해 확연히 감소했다. 케빈 해셋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2017년 경제 성장이 전망을 뛰어넘은 데 대한 가장 타당한 설명은 탈규제”라고 주장했다.

○ 일본도 아베노믹스로 임금 인상 유도

일본은 지난해 10월부터 시행되는 2017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848엔(약 8060원·전국 평균)으로 3% 인상했다. 2002년 최저임금을 일당에서 시급으로 바꾼 후 2년 연속 가장 큰 폭(25엔·약 238원)으로 올린 것이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임금 인상을 독려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6년 해마다 3%씩 최저임금을 올려 2023년에 1000엔(약 9500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아베노믹스 최대 목표인 ‘디플레이션 탈피’를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방침을 두고 일부 중소기업에선 인건비 부담을 우려했지만 아베노믹스로 경기가 다소 호전된 데다, 극심한 구인난 때문에 직원을 구하기 위해선 임금을 올려줘야 할 상황이라 큰 반발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아베노믹스로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린 대기업들에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엔 숫자까지 명시하며 ‘3%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뉴욕=박용 parky@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 조은아 기자
#미국#실업률#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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