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소도 없이 장난감 안고 떠난 3남매… 화재 현장검증 엄마는 영결식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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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낮 12시 40분 광주 북구 영락공원묘지 승화원(화장장). 작은 관 3개가 나란히 화장로를 향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집에 난 불로 숨진 3남매의 관이다. 15개월 된 막내와 두 살, 네 살 아이는 그렇게 한 줌의 재로 변했다. 그리고 근처 작은 야산에 잠들었다.

3남매 장례 때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영정사진도 없었다. 그 대신 가족의 부탁을 받고 장례식장 직원이 큰아이 관에 나무로 된 낚시 장난감을 넣었다. 짧은 생을 마치고 하늘나라로 간 3남매에게 건넨 마지막 선물이었다. 화장이 진행되는 동안 3남매의 아버지(22)는 가족대기실에서 한 시간 넘게 고개를 숙인 채 울먹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화장로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주저앉아 오열했다.

3남매가 하늘로 떠난 시간 어머니 정모 씨(23·구속)는 아이들과 함께 살던 집에 도착했다. 현장검증이 열린 것이다. 불이 났던 아파트에는 매캐한 냄새가 여전했고 거실과 방 안 곳곳이 검게 타 있었다.

정 씨는 경찰 지시에 따라 술에 취한 채 귀가한 뒤 담배를 피우고 3남매가 자는 방 앞에서 담뱃불을 끄는 등 화재 당일 자신의 행동을 재연했다. 정 씨는 힘겹게 현장검증을 마쳤고 때때로 흐느끼면서 울었다. 아파트 이웃 수십 명도 현장검증 장면을 지켜봤다. 주민들은 “뭣 하러 담배를 피워서…”라며 안타까워했다.

정 씨는 3남매의 장례가 치러진 사실을 알지 못한 상황이다. 경찰은 그의 불안한 심리상태를 고려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무렵 장례 사실을 설명할 계획이다. 경찰은 일단 정 씨가 피운 담배 불똥이 이불에 튀면서 불이 나 3남매가 숨진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고의성 여부도 계속 조사 중이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3남매#화재#영결식#현장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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