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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마쓰다 방켈엔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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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세상만車]마쓰다 방켈엔진의 교훈

석동빈 기자 입력 2018-01-04 03:00수정 2018-0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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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다가 스포츠카 ‘RX8’(왼쪽 사진)와 이 차에 사용한 로터리엔진. 마쓰다는 펠릭스 방켈이 개발한 로터리엔진을 성공적으로 개량해 다양한 차종에 적용한 유일한 브랜드다. 마쓰다 제공
석동빈 기자
1957년 2월 세계 자동차업계에 혁명적인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실린더와 피스톤으로 구성된 기존 내연기관과는 전혀 다른 신개념의 엔진이 세상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천재적인 독일 엔지니어였던 펠릭스 방켈은 아우디의 전신인 NSU에서 자신의 이론과 설계를 바탕으로 피스톤이 없는 엔진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엔진은 피스톤의 왕복 직선운동을 크랭크축을 통해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방식인데 방켈의 엔진은 전기모터처럼 내부구조 자체가 회전하는 ‘꿈의 엔진’이었습니다.

처음엔 개발자의 이름을 따서 방켈엔진으로 불리다 지금은 로터리엔진으로 통용되는 이 기특한 물건은 엔지니어들이 보기엔 장점 덩어리였습니다. 기존 엔진은 회전운동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과 기계적인 부담이 컸는데, 로터리엔진은 모든 부품이 회전을 위해 존재하는 까닭에 이런 한계에서 자유로웠습니다. 게다가 엔진의 부피와 무게, 부품 수는 같은 출력을 내는 피스톤 엔진의 60%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2006년 마쓰다 ‘RX8’에 들어간 1308cc 로터리엔진(250마력)의 무게는 약 110kg이었는데 당시 비슷한 출력을 내는 일반 V6엔진은 200kg을 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엔진 자체가 회전운동만 하기 때문에 전기모터를 돌리는 것처럼 소음과 진동이 적고, 고회전으로 출력을 높이기에도 유리합니다. 무게중심도 낮아서 자동차의 운동 성능 개선에도 효과가 좋습니다.

다만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죠. 엔진의 균일한 냉각과 타원형 연소실 내부가 긁히는 문제, 압축가스의 기밀성을 유지하는 ‘에이펙스 실(Apex Seal)’ 내구성 등입니다. 정밀 가공과 소재 기술이 조금만 발전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될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세계 자동차업계는 흥분했고, 당시 내로라하는 자동차 회사들은 앞다퉈 로터리엔진의 라이선스를 사들였습니다. 단점에 비해 과실이 너무 커 보여서죠. 엔진의 부피와 무게가 줄어들면 실내 공간이 넓으면서 가벼운 차를 만들 수 있고, 부품의 수가 적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줄어듭니다. 엔진의 소음 진동 감소로 승차감까지 좋아집니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20여 년간 독일의 벤츠 BMW, 미국의 GM 포드, 일본의 도요타 마쓰다 스즈키 등 많은 회사가 기술제휴를 맺게 됩니다. 이들 회사는 구입한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개량된 엔진을 만들어 자동차와 오토바이 등에 적용을 했습니다. 하지만 부족한 내구성과 낮은 연료소비효율(연비), 환경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배기가스 등 성능이 기대만큼 빨리 개선되지 않아 대부분의 브랜드가 로터리엔진을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마쓰다가 사운(社運)을 걸고 이 엔진에 매달립니다. 1961년 당시로서는 거액인 28억 엔을 들여 거의 모든 관련 라이선스를 구매했습니다. 마쓰다는 인지도가 낮았던 브랜드를 신형 엔진을 통해 알리기 위해 모험을 감행한 것이죠. 회사는 엔진 개발부의 연구원 야마모토 겐이치(山本健一)를 팀장으로 임명하고 모두 47명의 로터리엔진 개발팀을 구성합니다. 이들은 사내에서 ‘47인의 사무라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비장하게 임무를 수행했습니다.(야마모토 팀장은 후에 사장에 이어 회장의 자리까지 오릅니다)

마쓰다는 ‘사무라이’들 덕분에 기술적인 문제들을 일부 해결해 1967년 처음으로 로터리엔진을 넣은 ‘코스모 110S’를 시장에 내놓았지만 세월은 그들의 편은 아니었습니다. 1970년대부터 연이어 오일쇼크와 일본 버블경제의 붕괴 등의 악재가 덮쳤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로터리엔진 자동차를 내놓았고, 마침내 1991년 세계 3대 자동차 경주 중 하나인 ‘르망24’에서 이 엔진을 넣은 마쓰다의 레이싱카 ‘787B’가 우승컵을 거머쥐었습니다. 일본 브랜드 최초의 르망24 우승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우승입니다.

마쓰다는 르망24 우승으로 로터리엔진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렸고 10여 종의 관련 모델을 꾸준히 내놨지만 대중적인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결국 배기가스 환경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로터리엔진의 마지막 모델인 RX8를 2012년 단종시켰습니다. 환경기준을 통과시킬 기술은 있었지만 패배를 인정하기 싫어서 핑계를 댄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난해 로터리엔진 자동차 판매 50주년 기념식을 조용하게 치른 마쓰다. 개발팀을 이끌었던 야마모토 전 회장도 지난해 12월 20일 95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쓰다는 아직도 로터리엔진의 다양한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성공적인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마쓰다에 로터리엔진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더 큰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기술에 집착하는 그들의 끈질긴 열정 덕분에 아직 브랜드의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도 많습니다. 소중한 실패는 어설픈 성공보다 훨씬 소중할지도 모릅니다.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펠릭스 방켈#피스톤이 없는 엔진#방켈엔진#로터리엔진#마쓰다#르망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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