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노지현]정치인 ‘프로듀스 101’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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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현 사회부 기자
노지현 사회부 기자
6월 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의 마음은 분주하다. 신년 여론조사 결과에 귀를 기울이고 정당 간 통합이 후보자 경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에 여념이 없다. 현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새해 벽두부터 ‘표 늘리기’로 보이는 선심성 정책을 집행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지난해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큰 성공을 거둔 ‘프로듀스(PRODUCE) 101’ 시즌 2가 떠올랐다. 케이팝 기획사 남성 연습생 101명 가운데 11명을 ‘국민 프로듀서님’들이 뽑아준다는 콘셉트였다. 10, 20대는 물론이고 30, 40대 여성들까지 열광했다. 이 11명으로 만든 보이그룹 ‘워너원’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정치인 101명을 뽑아 경기 파주한류트레이닝센터에 합숙을 보낸다. 외부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믿을 건 자신의 개인기와 매력뿐이다. 최근 광역단체장선거 관련 각 매체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달리는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이재명 성남시장 등 선두 A그룹은 등 뒤에 ‘A’가 인쇄된 핑크색 단체 티셔츠를 입을 수 있다. 같은 꿈을 꾸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우상호 전해철 의원이나 양기대 광명시장 등 다른 후보들은 각각 B∼F그룹 자리에 맞춰 무대에 선다. 이들이 “6월의 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치며 일사불란하게 ‘춤춘다’. 실제 댄스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역량과 국민에 대한 태도를 종합해서 무언가를 드러내야 한다. ‘국가를 생각하며 뛰어 달라’는 의미로 태극기를 티셔츠에 새기는 방안도 생각해봄 직하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먼저 실력이 우선이라는 점이다. 대형기획사 출신이나 데뷔 경험이 있는 연습생은 처음에는 시선을 많이 받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중소기획사나 개인 연습생이어도 실력이 뒷받침되면 대중은 매일 스마트폰으로 표를 던졌다. ‘흙수저’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뜻이다.

둘째, 연기와 가식이 통하지 않는다. 제작진이 만들어 놓은 ‘상황들’로 순위가 요동쳤다. 실력이 부족한 연습생과 함께 팀을 꾸려야 하는 경우 다른 연습생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다. 내가 돋보이고 싶은 욕구와 팀을 살리기 위해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 충돌하기도 한다. ‘몰래 카메라’를 통해 개개인의 인성이 시험에 처할 때도 있다. 대중은 이들의 적나라한 언행과 모습을 보고 누구를 제외시킬지, 누구를 상위권으로 올릴지 결정한다. 자신이 응원을 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최종 순위 11위 안에 들어간 연습생은 대중의 검증을 통과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정치인 프로듀스 101은 상상일 뿐이다. 그러나 유권자에게는 매력적인 상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선거는 다가오지만 여전히 후보군이 누군지 불분명하다. 후보군이 결정된 이후에는 이들의 알맹이를 따질 시간이 부족하다. 대형기획사(거대 정당)가 뒤늦게 후다닥 내놓는 후보를 놓고 갈등하다 마지못해 제비뽑기식으로 골라야 할지 모른다. 실력보다 배경이 우선하는 셈이다.

실력, 태도, 진정성을 보인 연습생이 1등이 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스마트폰 키보드를 터치한 것처럼 지방선거도 설레는 축제가 되길 희망한다. 그러려면 유권자도 누가 진짜인지 사람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노지현 사회부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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