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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신 책은 여기에”… 서점 구석구석 ‘바구니 로봇’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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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보신 책은 여기에”… 서점 구석구석 ‘바구니 로봇’ 누빈다

김재희기자 입력 2018-01-03 03:00수정 2018-01-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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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신기술 현장]<3·끝> 로봇 2종 도입한 부산 예스24
지난해 12월 29일 부산 수영구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위치한 중고서점 ‘예스24’에서 아이들이 네이버랩스의 자율주행 로봇 ‘어라운드’(왼쪽)에 책을 놓고 있다. 어라운드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서점을 돌면 손님들이 책을 넣고, 책이 다 차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 점원들이 책을 정리할 수 있도록 대기한다. ‘에어카트’(오른쪽)에는 근력 증강 기술이 적용된 센서가 카트 손잡이에 탑재돼 힘을 조금만 들여도 손쉽게 책을 운반할 수 있다. 부산=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지난해 12월 29일 부산 수영구의 복합문화공간 ‘F1963’에 위치한 중고서점 ‘예스24’에서는 높이 80cm 남짓의 사각기둥 모양 자율주행 로봇이 서가를 돌고 있었다. ‘어라운드’라는 이름의 이 로봇은 바구니처럼 내부 공간에 책을 담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로봇에는 ‘다 보신 책은 여기에 두세요’라는 안내 글귀가 붙어 있다.

사람들 사이에 섞여 서점을 주행하는 어라운드를 호기심어린 눈길로 쳐다보던 손님들은 책을 로봇 안에 넣었다. 아이들이 경로를 막아서면 어라운드는 잠시 멈췄다가 방향을 바꿔 다른 곳으로 주행했다. 손님들이 빼낸 책을 모아서 직원들이 정리하기 쉽게 모아줬다. 어라운드는 네이버의 연구개발(R&D)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가 개발해 지난해 10월 공개한 9종의 로봇 중 하나다. 예스24 서점에 2대가 투입돼 이달 18일까지 시범 운행된다.

어라운드가 기존 자율주행 로봇과 다른 점은 자율주행에 필수적인 3차원(3D) 지도 제작 센서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3D 맵핑을 위해서는 공간을 인식하는 ‘라이다’ 센서가 필요한데 이 센서는 가격이 비싸 예스24와 같은 중소업체가 도입하기 부담스럽다. 대신 별도로 네이버가 운영하는 3D 맵핑 로봇 ‘M1’이 실내를 스캔해 제작한 지도를 내려 받아 사용하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로보틱스 리더는 경기 성남의 네이버랩스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나 “자율주행 기술은 여러 기업이 보유하고 있지만 대중화가 더딘 이유는 라이다 센서가 고가이기 때문”이라며 “두뇌 역할은 M1이 하기 때문에 어라운드 자체는 고가의 센서와 고급 프로세싱 파워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로봇 가격의 약 70%는 라이다 센서가 차지한다. 네이버랩스의 어라운드는 기존 자율주행 로봇 대비 가격이 2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네이버가 어라운드를 통해 자율주행 로봇의 대중화를 앞당기려 하고 있는 만큼 예스24는 어라운드의 테스트베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장 도입을 통해 보완할 부분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네이버랩스는 예스24의 서가 데이터베이스와 어라운드를 연동해 앞으로는 책이 꽂힐 위치까지 어라운드가 찾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엘리베이터, 자동문 등 건물 시설들과도 연동하면 어라운드가 자유자재로 건물 전체를 이동할 수도 있다. 석 리더는 “호텔, 공장, 마트 등 한 공간 안에서 반복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업무에는 모두 어라운드가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의 예스24에는 네이버랩스가 개발한 또 다른 로봇인 ‘에어카트’도 시범운행 중이다. 외형은 책을 나르는 일반 카트지만 ‘근력 증강 기술’이 도입된 로봇이다. 근력을 증강시키는 센서를 카트 손잡이에 넣었기 때문에 100kg이 넘는 책이 실려도 여성 직원이 한 손으로 가볍게 카트를 끌 수 있다. 근력 증강 기술은 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약한 힘으로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에 주로 활용됐다. 의료용으로만 쓰이던 근력 증강 기술을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도입한 것이다.

네이버랩스는 에어카트 관련 기술과 특허를 무상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다양한 상황과 목적에 맞는 에어카트를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석 리더는 “에어카트에 적용된 근력 증강 기술은 병원, 마트 등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환경에 손쉽게 도입될 수 있다. 특히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환자를 옮겨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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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로봇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앞으로 일상생활에 로봇이 널리 쓰이면서 시장이 커질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 네이버가 가진 데이터와 연동하면 사용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 사람들의 비서 역할을 하는 개인용 로봇이 확산될 시대를 미리 준비하는 차원이다. 석 리더는 “기술과 도구에 얽매이지 않고 편리하게 로봇이 일상을 도와주는 ‘생활환경지능’을 구현하는 것이 네이버랩스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예스24에서 어라운드와 에어카트를 시범 도입하면서 네이버랩스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사람과 로봇의 상호작용이다. 산업현장이 아닌 일상생활에 도입되는 로봇은 사람과 어울려야 한다. 로봇에 들어가는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로봇의 기능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과정도 필요하다는 의미다. 박용성 예스24 매니저는 “혼자 움직이는 로봇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어라운드가 지나가면 아이들이 졸졸 따라다니거나 길을 막고, 매달리거나 때리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어라운드에 음성인식 기술을 넣지 않은 것도 사람들이 제 역할에 맞게 로봇의 역할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석 리더는 “로봇이 기술 과시용이 돼서는 안 된다. 사람들의 일상에서 어떤 점이 가장 불편한지 파악하고, 그 해결책을 제시하는 역할을 로봇이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남·부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서점#f1963#예스24#네이버랩스#자율주행 로봇#어라운드#에어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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