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즈위슬랏의 한국 블로그]호환마마보다 무서운 법 안 지키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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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
모든 한국민과 같이 나도 2017년에 있었던 비극적인 사고에 경악과 실망을 느꼈다. 4월 울산정유시설 공사장 폭발 사고, 10월 울산 화학공장 폭발 화재 사고, 12월 온수역 근처 지하철 노선 수리 중 사망 사건, 여러 번에 걸친 타워크레인 추락 사고, 최근 충북 제천 사우나 화재 사건까지…. 설상가상으로 대부분은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일들이었다. 대개 참사는 사소한 부주의로 발생한다. 한국의 안전 수준은 1990년대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개선될 여지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지는 말자는 말이다.

대개 이런 일이 생기면 시민과 정치인이 한결같이 새로운 법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일단 관련 법이 이미 충분히 많다고 믿는다. 여기서 문제는 법 부재가 아니라 법 집행의 부족이다. 기존 법들이 아래에서 언급할 5가지 분야에서 반드시 집행된다면 생활안전성이 좋아지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수익까지 올릴 수 있겠다.

▽산업 현장의 안전=누구나 공사장을 지나갈 때마다 ‘안전제일’이라고 쓰여 있는 헬멧, 플래카드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산업안전 수준을 유심히 감시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다. 내 아내는 늘 새로 건물을 짓고 있는 곳으로 난 길로는 가지 말라고 한다. 처음에 아내의 말을 비웃었지만 TV에서 건설 현장에서 떨어지는 뭔가에 맞아서 사망하는 사고를 본 뒤로는 건설 현장에 늘어져 있는 초록색 안전망 밑을 걸어가기 전에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꼬리물기, 안전띠, 깜빡이=
서울 운전자들은 쉽게 교통법을 위반한다. 이는 내가 서울에서 운전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택시 모범운전사 봉사자들이 도로에서 신호를 따르도록 유도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깜빡이를 사용하지 않고 신호를 무시하며 심지어 꼬리물기까지 해버린다. 짜증이 난다.

한번은 동료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했는데, 동료는 중앙선을 침범해서 유턴을 했다. 그러자 교통경찰이 우리 차를 멈춰 세우고는 동료에게 운전면허증을 요구했다. 내 동료는 계속 봐달라고 우겼고 결국 경찰이 경고만 준 후에 우리를 보내줬다. 교통경찰관은 법에 따라 엄격하게 벌금 조치를 취해야 하고 운전자들은 이를 존중해야 한다.

택시에 타면 안전띠가 감쪽같이 숨겨져 있다. 호주에서 자랄 때 어려서부터 안전띠의 중요성에 대해서 배웠다. 한국에 와서는 시트 속에 숨겨진 안전띠 찾기 놀이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기가 일쑤다. 지난주 서울에서 택시를 탔을 때는 택시 기사조차 안전띠를 안 매고 있었다.

▽불법 주정차=불법 주정차는 확실히 큰 문제다. 주차타워 근처에 사는 내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들은 그 주차타워를 이용하기보다는 그냥 길에 불법 주차를 한다고 한다. 불법 주정차의 문제는 최근 제천 화재 사고에서도 우리가 목격하지 않았나. 지자체는 정말 제대로 단속을 해야겠고 특히 상습 위반자들에게는 더 큰 벌금을 물려야 하겠다.

▽식당, 구내식당 및 병원=예전에 장모님은 식당 고발 프로그램을 볼 때마다 나한테 전화를 해서 이 식당에서는 반찬을 재사용한다느니, 저 식당은 오래된 재료를 쓴다느니 하면서 외식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최근 뉴스를 통해서는 식당뿐 아니라 병원에서의 위생 상태까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신생아들의 직접적인 사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위생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건축물 화재 안전 규정=어두운 극장에서 영화에 집중해야 할 때 초록색 비상구 표시등이 자꾸 방해가 된다. 꺼버리고 싶지만 정말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비상구 표시등은 거기에 있어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우리는 화재 안전에 관해서 정말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평소에도 비상구가 막혀 있는 것을 본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하고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남은 오지랖이 넓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지난 화재 사고 이후로 그 오지랖이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영어로 이런 말이 있다. “소원을 빌 때는 매우 신중하라.” 왜냐하면 그 소원이 이뤄질 대가는 본인이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더 안전하고, 사고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리 사소한 법이라도 지켜야 한다. 엄격한 법의 집행이 장기적으로 이 나라의 안전을 개선시킬 수도 있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정부 입장에선 재정적인 보너스인 셈이다! 즉, 모두에게 유리한 소위 “윈윈”의 상황이다. 우리 가족과 자신을 위해서 더욱 안전한 2018년을 만들어 보자.

재코 즈위슬랏 호주 출신 법무법인 충정 업무환경개혁 이사
#사고#한국 안전 수준#법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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